[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2> ‘몸짱 약’ 중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자신의 일상이나 정보 등 다양한 주제를 올린다. 최근에는 자신의 몸매와 육체의 건강함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있다. 어떤 다이어트와 운동을 해서 만들어낸 몸매인지 정보나 식단, 운동방법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 사진 이른바 ‘프사(프로필 사진)’, 즉 ‘보디프로필(Body Profile)’ 사진을 올리는 이도 늘고 있다.
예전에는 연예인이나 찍어 올릴 만한 프사를 이제 일반인도 신체 조건을 어필할 목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남성의 경우 근육으로 다져진 프사를 앞다퉈 SNS에 올리기도 한다.
개인의 삶을 대중에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점점 흔해지는 가운데 몸매를 멋지게 가꾸는 것은 자기 관리와 건강함의 척도로 어필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근육이 많고 군살 없는 몸매를 갖기 위해 필사적으로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이른바 ‘몸짱 세대’가 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운동과 식단관리 외에도 근육 성장에 도움을 주는 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근육을 억지로 단련하는 이도 증가하고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단백질을 만드는 작용을 하는 ‘단백동화호르몬’이다. 단백질은 몸의 각 조직을 구성하는 유기 물질이며, 근육 생성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다.
단백질 합성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근육량, 체력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같은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단백질이 원활하게 합성되면 신체의 물리적 능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스포츠 대회에서 이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공정한 시합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엄청난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의대 해리슨 지 포프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서 운동을 한 사람과 사용하지 않고 운동한 사람의 근육 성장 효과는 3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근육을 조성하는 단백질의 원료가 되는 건강식품, 소위 단백질 파우더 등 운동 보조제 사용으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중 일부가 빨리 그리고 많은 양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남성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으면 체내에서는 남성호르몬이 과다하다고 인식, 뇌하수체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줄이도록 명령한다. 결국 남성 생식기관인 고환의 기능이 점점 퇴화하면서 정자 생성이 줄어들고 고환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무정자증,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불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른바 ‘몸 좋은 고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근육 좀 단련해 보려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다 성 기능 장애 등 부작용을 앓게 됐다는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심장 질환이다. 스테로이드는 이두·삼두박근과 같은 우리 몸의 각종 수의근뿐 아니라 심장근육도 함께 발달시키고 비대해지게 만든다. 비정상적으로 심장근육이 커지면서 심장 혈관을 압박해 다양한 심장 질환을 유발하게 되는데 심한 경우 심장마비가 온다.
또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무기력과 우울증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 초기의 한두 번 사용으로는 체력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고 근력이 좋아지니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지속해서 사용하면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며 우울해지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스테로이드를 하다가 끊으면 근육이 빠르게 늘지만 약물을 끊으면 그 커진 근육을 유지하지 못하고 약물을 하기 전의 근육 상태보다 더 나빠진다. 결국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남용한 사람은 4배 정도 조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보디빌더 세드릭 맥밀런은 스테로이드로 근육의 양을 유지·증가시켜 가던 선수로서 미국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가는 인물이라고 극찬을 받던 보디빌더였다. 하지만 결국 러닝머신 위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 외모에 ‘몰빵’하다 못해 숭배하기까지 하는 세대. 영·혼·육이 우울증과 불임과 심장질환으로 희생되는 것도 불사하고 몸짱이 되기 위해 달려가는 세대 가운데 우리는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다시 한번 묵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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