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고 교회 세운다” 다양한 세대 모여 책 속에서 길 찾는다

장창일 2023. 10. 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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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의 교회로]
<2부 당신이 희망 전도사>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한경균(오른쪽 두 번째) 목사가 지난 8월 전북 익산의 한 카페에서 교생연N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생연N 제공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독서 모임도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교계에도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는 모임이 생겼다. 기독교 역사를 비롯해 신학·목회와 관련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교생연N·대표 한경균 목사)다.

모임을 제안한 주인공은 한경균 목사다. 장로회신학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군종장교로 복무한 그는 이후 필리핀과 인도, 뉴질랜드에서 16년 동안 선교사로 사역하며 세계교회를 경험했다.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에서 디아코니아 박사과정 수료 후 논문을 쓰고 있는 한 목사는 자신을 ‘선교 운동가’로 소개했다.

지난 20일 서울 연동교회 게일홀에서 만난 한 목사는 “교생연N과 독서를 통해 ‘교회 활성화 운동가’라는 정체성을 하나 더 갖게 됐다”면서 “교회 안에도 우리 같은 독서 모임이 계속 늘어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우리 슬로건이 ‘세상을 읽고 교회를 세운다’인데 이 꿈을 향한 고민과 토론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고 했다.

교계에도 독서모임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목회자 모임이 대부분이었다. 교인이 참여하는 독서모임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교인과 목회자가 어울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20대 교인과 신학생, 현직에 있거나 은퇴한 목회자, 선교사들까지 남녀노소 책을 읽으며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임이 한 목사가 꿈꿨던 교생연N이다. 이처럼 다양한 모임이 가능했던 건 오히려 코로나 덕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모임이 생긴 게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이었고 줌(Zoom)을 활용하는 것 말곤 모일 길이 없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참가자도 생겼고 직분의 벽도 넘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개했다.

한 목사는 독서와 토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변화를 읽는데 독서만 한 게 없다는 것도 그의 소신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평범한 교인부터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목회자들도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면서 “결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시대, 하나님의 백성으로 버텨낼 힘이 ‘집단 독서’에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생연N 회원들이 그동안 함께 읽은 책들. 교생연N 제공


50여명의 회원은 그동안 ‘한국기독교형성사(옥성득)’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박영호)’ ‘햇빛을 받는 곳마다(사무엘 H. 마펫)’ ‘저항하는 그리스도인: 세상을 밝힌 한국 기독교 저항사(강성호)’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기독교(장동민)’ ‘아시아 신학 산책(안교성)’ ‘중국기독교사(중국기독교양회)’ 등을 읽었다. 130여년 우리 기독교 역사와 이웃 나라를 비롯해 세계 교회가 걸었던 여정을 살핀 흔적이 뚜렷하다.

한 목사는 “역사 속에 미래를 향한 희미한 실마리가 담겨 있다는 공감대가 회원들 사이에 있어 역사서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안의 독서와 토론 모임이 주는 가장 큰 유익은 당장 정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반복되는 만남을 통해 건강한 교회의 모습을 나름대로 그려가고 구체화해 나간다는 데 있다”면서 “다양한 기독교인들이 더불어 그 길을 걷는다는 게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공동 책읽기의 장점은 또 있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의 책이라도 결국 완독한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우리가 제일 먼저 읽었던 첫 책이 한국기독교형성사였는데 무려 6개월 동안 읽었다. 이를 통해 ‘어려운 책이지만 단맛이 나는 독서’가 있다는 걸 체험했다”면서 “함께 독서하며 맛깔나는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다양한 세대와 직분이 섞인 독서 모임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는 말이 지니는 힘을 느끼는 장이 되기도 한다.

한 목사는 “이런 모임이 전국에 계속해서 생기길 소망한다. 우리 모임에선 누구도 큰소리치지 않고 어른들일수록 들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참 좋다”면서 “교인들도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런 대화를 통해 목사는 교인에게, 교인은 목사에게 배우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독교 허스토리(백소영)’를 읽었는데 8명 발제자를 전원 여성 교인과 목회자로 정했다. 교회 안 여성들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은 셈이다. 한 목사는 “이런 시도를 통해 그동안 잘 들리지 않던 이들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목사의 관심은 ‘한국교회의 미래’에 있다. 그는 “신학교 교과서로 대변되는 신학 교육만으로 교회의 미래를 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사회를 읽고 역사를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독서 모임을 만들어 보라”고 재차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회 성장기엔 ‘목사는 주전, 교인은 후보’라는 암묵적 공식이 있었는데 이젠 목사부터 주도적 위치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서야 한다”면서 “교회 안에 우리 같은 독서 모임이 계속 생겨나고 이를 통해 희망의 씨앗이 곳곳에 심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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