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돌보고, 고독사 막는다
교회·지자체 동참 연내 돌봄대상 4000가구 돌파할 듯
강원도 춘천시는 이달 말부터 지역내 독거노인과 중장년 1인 가구 등 고독사 위험에 놓인 50가구를 대상으로 이른바 ‘우유 안부’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들 가구에 주 3회 우유를 배달하면서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 등을 살피는 돌봄 사업의 일환이다. 우유배달은 협업사인 매일유업에서, 우유는 개인 후원자가 후원한다.
우유 안부 활동은 지난달 말 현재 서울시 25개 구청을 비롯해 강원도 속초와 전남 완도, 경남 밀양·진주 등 전국 18개 지방자치단체가 동참하고 있으며 증가 추세다. 돌봄대상 가구만 3970가구로 연내 4000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우유 안부 활동의 핵심엔 교회가 있다.
2003년 서울 옥수중앙교회(호용한 목사)가 지역내 독거노인 100가구를 대상으로 ‘쏘아올린’ 섬김 사역이 시초다. 2015년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어르신 우유배달)’을 설립하면서 지역을 초월한 ‘우유안부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국민일보가 올 초 이어온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기획 시리즈는 교회의 동참을 독려해 교회·지자체·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캠페인 활동은 동네 독거 어르신에게 무상으로 우유를 배달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다. 배달원이 배달한 우유가 문 앞에 그대로 있을 경우, 최악의 상황인 고독사 예방 차원에서 지자체나 보호자에게 연락해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호용한 목사는 23일 “고독사는 여전히 사회가 예방하고 해결해야 할 큰 과제”라며 “특히 정보 부족, 건강 악화 등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년층의 독사 발견 비율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 교회가 앞장서서 돌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무연고 사망자는 3237명으로 집계됐다. 고독사로 분류되는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655명을 기록한 이래 2020년(3136명) 2021년(3603명) 2022년(4842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어르신 우유배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 캠페인의 후원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누적 후원자가 2만6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38명) 대비 18배 넘게 늘었다. 연내 3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년 새 후원자가 급증한데는 지난해 연말 진행된 후원업체(매일유업) 등과의 캠페인 덕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우유 배달을 통해 고독사한 시신을 발견하거나 위험에 빠진 어르신을 구조한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서울 구로구에서 한 독거 노인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형적인 고독사였는데, 집 앞에 쌓인 우유를 통해 발견됐다. 앞서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발견된 노인의 고독사 사례도 우유 안부 활동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어르신 우유배달 측에 따르면 우유 안부를 통해 병원 이송은 월 평균 2회, 고독사 발견은 연 2~4회 정도다.
우유 안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우유배달을 하기도 했다. 우유 안부 활동에 대한 동참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한 총리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6일 새벽 서울 강동구 금호동 다세대 주택에 직접 우유를 배달하면서 “정부가 해야할 일을 교회가 대신 감당해줘서 고맙다”면서 “기업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기댈 곳 없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20년 동안 묵묵히 챙겨오신 것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날 우유배달에 동행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에게 우유안부 캠페인과 기존의 정부 노인복지정책을 연계해 독거노인을 위한 지원과 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 어르신 우유배달은 지자체와의 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중구를 비롯해 강원 인제군, 철원군과도 조만간 협약식을 갖고 우유 안부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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