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확인이라도…" 아이 다리에 이름 적는 가자지구 부모들

하수영 2023. 10. 24. 01: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어린이의 다리에 이름이 적혀있다. 사진 팔레스타인 언론인 '하니 아부레스크'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 공습으로 자녀를 잃게 될 경우 신원 확인을 위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가자지구의 일부 부모들이 자신이나 자녀가 사망할 경우 신원 확인을 위해 아이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이 촬영한 영상에는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흐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의 영안실 바닥 위 들것에 놓인 어린이 3명의 시신이 담겼다. 이들의 종아리에는 검은색 잉크로 쓴 아랍어 이름이 적혀 있다. 아이들 부모의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한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이 병원에서 검사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의 시신 안치실 관리자는 CNN에 “부모들은 공습 후 아이들이 행방불명됐을 때 아이들의 신원이 확인될 수 있도록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는다”며 “이는 가자지구에서 막 시작된 새로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아이들이 실종됐고 많은 아이들이 두개골이 부러진 채 병원에 도착했다”며 “(부상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만 봐서는)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신체에 적힌) 이름을 통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의 응급실 책임자인 압둘 라만 알 마스리 박사도 “최근에 부모가 다리와 복부에 아이의 이름을 쓴 사례가 몇 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들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아이들이 언제든 표적이 돼 부상을 입거나 숨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자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3일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총 508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어린이는 2055명, 여성은 1119명, 노인은 217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1만 5273명으로 파악됐다.

알 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405명, 부상자는 5431명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양측 사망자는 6500명, 부상자는 2만 2000명을 돌파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