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고분양가 몸살 겪었던 둔촌주공, 벌써 ‘웃돈 6억 로또’됐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명시 광명10R구역 재개발 아파트 30평대인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8억원대였다. 지난 7월 인근 4R구역 같은 크기가 11억원을 넘겼다. 최고가는 12억7000만원이었다. 강북 뉴타운인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에선 84㎡ 분양가가 2개월 만에 1억원가량 뛰었다. 8월 이문1구역이 10억원 선이었는데, 20일 모집 공고한 3구역이 11억원대다. 분양이 잇따르는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에서 지난달 인천도시공사가 분양한 84㎡ 가격이 5억5000만원 안팎이었다. 지난해 4월 이 회사가 같은 검단 내 인근에 분양한 가격이 4억4000만~4억5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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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된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분양시장은 전례 없는 상승세
원가상승·규제완화 등 맞물려
고분양가에도 기대감 여전해
」
12억원 넘어서는 ‘국민평형’ 분양가
새 아파트 분양가가 뛰고 있다. 이전보다 억대로 오른 가격이 흔하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가 잇따라 고가주택 기준인 12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만이 아니라 인천도시공사와 같은 공공이 분양하는 단지도 마찬가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전국 분양가(공급면적 기준)가 3.3㎡당 1660만원이다. 서울 3200만원, 수도권 2260만원이고 지방에서 가장 비싼 부산이 2200만원이다. 1년 전보다 10~20% 상승했다. 집값이 전고점이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지역에 따라 50%까지 올랐다.
아직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기존 집값과 딴 판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국 -13.2%, 수도권 -16.5%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분양가 상승은 공사비 급등과 규제 완화, 높은 청약경쟁이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공사비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로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 가격도 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골조 공사에 필요한 철근 등의 가격이 최근 2년 새 20~30% 올랐고 시멘트는 t당 6만50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70% 이상 상승했다. 2021년 3.3㎡당 520만원 수준이던 전국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가 올해 600만원을 넘어섰다. 서울에서는 3.3㎡당 800만원이 넘는 공사비가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훨씬 웃도는 공사비 상승
통계청이 집계하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와 분양가상한제 건축비에 적용하는 국토교통부의 기본형건축비만 봐도 같은 기간 11~12%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9.3% 올랐다. 공공분양 등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가격 상승에는 땅값 오름세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실거래가가 4% 넘게 내린 최근 2년 새 수도권 땅값은 5% 올랐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도 커졌다. 오찬종 동부건설 상무는 “과거 전례가 드문 공사원가 상승이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서울 대부분과 광명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의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해제했다. 상한제 해제는 압력이 높아져 들썩이던 분양가 뚜껑을 연 셈이다. 84㎡ 8억원대 광명 10R구역 분양가가 상한제 가격이고, 4R구역 12억원 초과는 해제 이후다. 상한제 해제 직전인 지난해 12월 3.3㎡당 2800만원이던 성북구 분양가가 9월 3.3㎡당 3500만원으로 뛰었다. 아무리 기본형건축비·땅값이 올라도 상한제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단기 급등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변 시세와 상한제 가격 간 격차가 컸던 지역에서 상한제가 풀리면서 분양가가 한꺼번에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시장이 냉담했으면 분양가 인상이 쉽지 않았을 텐데 올해 청약경쟁이 치열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0대1까지 내려간 서울 1순위 경쟁률이 올해 66대 1로 올라갔다. 7월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나온 아파트 경쟁률은 242대 1에 달했다.
분양가 고공행진 이어질 듯
올해 확 오른 분양가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이 느껴지지만 분양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건설원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고, 청약경쟁률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까지 겹쳐 분양물량이 대폭 줄면서 분양시장에선 공급자가 ‘갑’인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분양물량이 전국적으로 6만8000가구로 예년의 절반 수준이다. 김정아 내외주건 대표는 “지역이나 브랜드 등이 좋아 분양이 될 만한 물량만 나오다 보니 분양가와 경쟁률이 동반 상승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승으로 시세와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로또’ 기대감이 줄었지만 그래도 신규 분양 아파트의 매력은 퇴색하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현 정부의 공공분양 사전청약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70~80% 이하로 상한제 가격보다 더 내려갔다.
분양가 제한을 받지 않는 단지에도 로또 기대감이 살아있다. 대개 주변 시세보다 비싸지 않은데, 현 시세가 이전 고점보다 꽤 내린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달 강동구 천호동에 분양한 84㎡ 가격이 13억~14억원으로 인근 최고 시세와 비슷하지만, 주변 시세가 17억원 넘게 올랐다가 3억원 정도 내린 금액이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현재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분위기여서 수요자들이 분양가 비교 기준을 지금 시세보다 전고점이나 앞으로 오를 가격에 둔다”며 “미운 오리에서 효자가 된 둔촌주공도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자들이 올해 초 고분양가 우려에 대거 계약을 포기했다. 분양한 4786가구 중 899가구가 미분양돼 재분양했다. 그런데 지금은 웃돈이 6억원까지 붙은 로또가 됐다. 최고 10억원, 13억원에 분양한 59㎡와 84㎡ 입주권이 최근 각각 16억원, 19억원까지 거래됐다.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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