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재설계 필요한 부동산금융 규제·감독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다.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근거로 대출받는 방식’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게 드러난 사태였다.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는 20일 연례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부동산 PF는 과거에도 문제가 발생했고 작년 말에는 신용경색이 일어났지만, 금융 안정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판단했다. 이런 낙관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의 재구조화·구조조정은 계속돼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부동산 연착륙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PF의 재구조화에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자원의 재배분이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건설사나 금융회사의 손실이 국민에게 책임 전가되는 일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금감원 현장 국감에서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정부가 대주단을 이끌어 200여 개의 부동산 PF 중 10% 정도는 조용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큰 충격 없이 조금씩 지속해서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이런 정책 방향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첫째, 부동산 PF 재구조화의 질서 있는 마무리를 위해 언론과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부동산 PF 금융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건전성 규제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의 부동산 관련 금융은 오랫동안 형태만 달리하면서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금융이 2011년에 이어 2022년에도 문제를 야기한 만큼, 건전성 증진을 위한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비은행금융기관들의 건전성 감독체계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국제결제은행(BIS)·금융안정위원회(FSB)가 이구동성으로 비은행금융기관들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인 벤 버냉키는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강화가 금융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위험한 대출이 규제를 덜 받는 다른 부분으로 밀려난다면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저축은행사태 이후 규제 강화로 인해 부동산 PF 대출이 새마을금고로 밀려나 많은 전문가가 우려를 표명했다.
금융기관들의 행위는 시장의 수요, 기술혁신, 규제유인, 외부 거시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항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다. 어려움도 진화하기에, 이제는 선제적으로 부동산 PF 재구조화 이후를 설계할 때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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