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금감원 출석…카카오 처벌 땐 카뱅 대주주 잃는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 창업자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사에 변호인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끼던 김 창업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특사경은 카카오 임직원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측과 특수관계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영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개입된 정황을 살펴보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자신과 동일한 등록 주소를 가진 ‘헬리오스 1호 유한회사’와 함께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약 800억원(2.9%)의 SM엔터 지분을 매집했다. 이때가 공교롭게도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려던 기간이었다. 주가가 13만6000원까지 뛰면서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경영권 인수도 포기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1년 카카오 골프사업 계열사인 카카오VX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카카오와 수차례 거래해 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카카오와 이들이 특수관계라고 보고 함께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도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시세조정이 아니라 정당한 장내 주식 매수였다”는 입장이다.
수사가 탄력을 받은 것은 지난 19일 김 창업자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다. 다른 주요 실무자의 범죄 혐의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수사의 초점은 김 창업자로 옮겨갔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8월 김 창업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실무진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낸 내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감원 특사경은 김 창업자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다만 김 창업자는 이날 조사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에 대한 수사와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변화 가능성도 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는 대주주다. 다른 주요 주주로는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공단(5.30%)이 있다. 6개월마다 대주주인 카카오가 해당 조항에 위배되지 않은지 확인하고, 위배되면 지분을 10% 이하로 줄이도록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카카오가 10% 초과 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공개매각해야 한다.
만약 카카오 대주주인 김 창업자와 카카오 임직원의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되고, 양벌규정(경영진 및 관련자 법률 위반으로 법인도 함께 처벌받는 규정)으로 카카오까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카카오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카카오까지 처벌하는지 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이다. 혐의가 확정되면 향후 금융 신사업 진출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100원(2.82%) 내린 3만795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도 850원(3.90%) 내린 2만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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