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요한 혁신위, 말만 “전권 부여”로 끝나선 안 된다

2023. 10. 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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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호남 출신 벽안의 한국인 “와이프·아이 빼고 다 바꿔야”


벌써 “공천은 별개”…최재형·김은경 혁신위 재판 우려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인 교수는 호남 출신으로 특별 귀화 1호이자 비정치인이다. 그는 일성으로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인선 수락 배경을 묻자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의미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산층·청년층·중도층 모두에게 외면받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도 국민의힘은 친윤·영남 지도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기현 대표는 총선 패배 다음 날 당 쇄신기구 출범을 예고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다 11일 만에야 ‘푸른 눈의 한국인’을 내세웠다. 인 위원장은 여당의 체질 개선을 주문한 적이 있는 정치권 외부 인사여서 눈길을 끄는 인선이긴 하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가 여당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지는 회의적이다. 김 대표가 “전권을 위임할 것”이라고 했지만 믿는 이는 많지 않다. 김 대표에게 과연 위임할 ‘전권’이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혁신위가 대통령실과 여당을 망라해 제대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 총선 공천 개혁 방안에도 손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공천 룰 관련 질문에 “솔직히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고 했다. 당 대변인도 “혁신과 인재 영입, 공천은 구분해야 맞지 않냐”고 답한 것을 보면 주겠다는 전권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연명한 김기현 지도부가 인 위원장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이미지만 바꾸려 든다면 떠나간 민심은 더 악화할 것이다. 인 위원장이 여권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역부족인 상황과 시간 속에서 실질적 권한마저 없다면 성과를 기대하는 게 애초 무리다. 어떤 혁신안을 마련했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나 설화 속에 쫓기듯 퇴장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위는 좌고우면 없이 강력한 여권 수술 방안을 내놔야 한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지적하고, 현장 여론을 정확히 전하는 여당의 견제 기능을 살려야 한다. 당 리더십의 비대위 전환 등 어떤 제안도 배제해선 안 된다. 대통령실이 내리꽂는 공천보다 수도권과 중도층에 통할 새 인재를 발탁할 공천 방안 마련이 핵심이다. 거대 야당 탓만 하며 민생 경제를 살릴 정권 차원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원인도 드러내야 한다. 무엇보다 혁신안을 당 지도부가 수용하겠다는 보장도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가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들러리인지, 아닌지 우리 유권자가 금세 알아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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