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이성만이 준 돈, 송영길에 직접 보고했다”
이정근(61)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3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 대표 선거 캠프 내 자신의 보고체계의 끝은 송영길 전 대표였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이정근 리스트’ 속 국회의원 명단도 법정에서 일부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래구(58)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윤관석(63) 무소속 의원,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53)씨 재판은 “송영길 재판”(윤 의원 측 변호인)을 방불케 했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을 상대로 진행한 6시간가량의 신문 핵심은 송 전 대표의 캠프 상황 인지 여부였다.
이 전 부총장은 “중요한 일은 (송영길)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월 중순경 민주당 S의원과 이성만(62)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캠프 활동비 조로 각각 200만원·1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중요한 사항에는 누군가 선거운동 자금을 대는 일들이 포함되나”라고 되묻자, 이 전 부총장은 “저는 그런(금전 융통 관련) 사항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했고, 빠짐없이 보고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증거로 꺼낸 ‘이정근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의 1차 보고 대상은 강 전 상임감사지만, 중요 사안은 송 전 대표에게도 보고했다. 당시 캠프 내 조직본부장이었던 이 전 부총장은 강 전 감사 지시에 따라 조직본부 상황 보고서를 매일 작성했고, 그 상당수는 텔레그램(메신저)을 통해 송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녹취록에는 이 전 부총장이 강 전 감사에게 “‘캠프 조직본부, 활동가들 운용비 마련 의논. 강래구가 애를 씀’이라고 적은 3월 12일 일지를 송영길이 내게 보고받고 나자, 송영길이 ‘(운용비가) 많이 필요하냐’고 물어오더라”라고 전한 내용이 담겼다. 또 강 전 감사가 “3월 30일 지역본부장회에서 이성만 의원이 해다 줘서 (돈을) 나눠준 것을 (송)영길이 형에게 얘기했더니, ‘아유 잘했네, 잘했어’라고 했다”고 말한 것도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이정근 녹취록’은 자신이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불법 수집된 증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법 수집 증거라서 증거 능력이 없다던 송 전 대표 측 주장과 상반된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은 이성만·S의원의 금품 전달을 송 전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송 전 대표의 인지 여부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반응했다.
검찰은 ‘이정근 리스트’에 오른 일부 의원 명단도 공개했다. 2021년 4월 28일 윤관석 의원이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고 한 녹취 내용과 관련해 검찰이 “여기서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냐”고 묻자 이 전 부총장이 “네”라고 답했다.
또 윤 의원이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며 이용빈·김남국·윤재갑·김승남 의원을 거론하자 이 전 부총장이 “거기 다 해야지. 오빠, 호남은 해야 돼”고 반응하는 내용도 검찰이 공개했다. 해당 의원들은 그간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재판에선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전달한 현금 액수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박용수씨는 2021년 4월 27~28일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반면, 윤 의원은 100만원짜리 봉투 20개로 총 2000만원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총장은 “액수를 세보진 않았지만, 살짝 들여다봤을 때 좀 두툼했다”며 “검찰 조사 당시 돈 봉투 두께 테스트를 했는데, (하나에) 100만원은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윤지원·이병준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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