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포수’ 김형준 포효…공룡, PO행 1승 남았다

23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NC 김형준(왼쪽)이 솔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오며 박민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NC는 에이스 페디가 없는 와중에도 거포 포수 김형준의 활약으로 준플레이오프 2연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를 눈앞에 뒀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확실한 ‘가을 포수’를 찾았다. 젊은 거포 김형준(24)이다. 지난해까지 안방을 지키던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떠났지만, 무섭게 성장한 김형준이 NC의 가을을 책임지고 있다.

NC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2차전에서 SSG 랜더스를 7-3으로 꺾었다. 전날(22일) 1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한 데 이어 2차전까지 잡아내면서 플레이오프(PO)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NC는 SSG 에이스 김광현을 초반에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1회 초 1사 1·3루에서 4번 제이슨 마틴의 우익선상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권희동의 우전 적시타와 서호철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해 3-0 리드를 잡았다. 2회 초엔 2사 후 볼넷 두 개로 만든 1, 2루의 찬스에서 박건우의 중전 적시타가 나와 한 발 더 달아났다. 그러나 그 후 NC의 타격은 소강상태에 빠졌다. 4회 마운드에 오른 SSG 두 번째 투수 문승원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 사이 SSG는 4회 말과 6회 말 한유섬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4-3까지 추격했다. 오히려 경기 흐름이 SSG로 넘어갈 위기였다.

이때 김형준이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렸다.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문승원의 8구째 체인지업(시속 127㎞)이 높은 코스로 밋밋하게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렸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 125ｍ를 날아갔다. 경기 중반 이후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NC는 이 홈런 한 방으로 승리를 굳혔다.

김형준은 2018년 신인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NC에 입단한 6년 차 포수다. 큰 키(1ｍ87㎝)에 거포 자질까지 갖춰 양의지를 이을 차기 안방마님으로 기대를 모았다. 입단 3년 만인 2021년엔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 입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를 다쳤다. 곧바로 1군에 복귀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올 시즌에는 지난 5월 오른쪽 발목 인대가 손상돼 다시 재활훈련을 해야 했다. 김형준의 올 시즌 1군 출장 경기 수가 26게임에 불과한 이유다.

그러나 그는 이달 초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국가대표팀 선발에 나이 제한(24세 이하)이 생기면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는 젊은 에이스 문동주(20·한화 이글스)와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내는 값진 경험도 했다. 김형준은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 출전한 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국제 대회에서 긴장감을 느껴보니 아무래도 가을야구에서는 덜 긴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형준은 올가을 한 뼘 더 성숙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첫 출전이었던 지난 19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홈런 두 방으로 4타점을 기록했다. 한솥밥을 먹던 ‘멘토’ 양의지와의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그날 만루홈런 포함 6타점을 몰아친 서호철이 아니었다면 ‘데일리 MVP’로 뽑혔을 만한 활약이었다.

준PO 2차전(23일·인천)

준PO 1차전에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등판에 나선 동기생 투수 신민혁(24)과 선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무실점 투구를 뒷받침했다. 이어 2차전에서는 다시 천금 같은 홈런 한 방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NC의 가을 여정을 한결 수월하게 만드는 한 방이었다.

인천 원정에서 값진 2승을 챙긴 NC는 25일 안방인 창원 NC파크에서 3차전을 치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던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가 5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한다. SSG 선발 투수는 오원석이다.

인천=배영은·김효경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