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탈영병의 변신…조현철 장편감독 데뷔작 ‘너와 나’

나원정 2023. 10.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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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두 여고생의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진 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2년 전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1’에서 글로벌 시청자를 울린 대사다.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탈영한 조석봉 일병의 이 탄식에, 우리 사회의 폭력과 부조리를 고발한 드라마의 주제가 함축됐다. 눈빛을 잃어가던 조 일병을 열연한 배우 조현철(37)의 장편 감독 데뷔작 ‘너와 나’가 25일 개봉한다. 드라마 ‘D.P.’ ‘구경이’, 영화 ‘차이나타운’ 등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렸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단편영화 ‘척추측만’ ‘뎀프시롤: 참회록’ 등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지난해 조석봉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은 그는 수상 소감에서 첫 장편 연출작을 ‘스포일러’ 했다. 당시 투병 중인 아버지(조중래 명지대 명예교수, 시상식 2주 뒤 별세)를 향해 “죽음은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라고 위로한 뒤 이렇게 이어갔다. “작년 한 해 ‘너와 나’를 찍으면서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영화는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수학여행 전날 교실에서 이상한 꿈을 꾼 고교생 세미(박혜수)가 갑작스레 다쳐 못 가게 된 단짝 하은(김시은)을 찾아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조현철

1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조 감독은 “영화가 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은의 꿈에 찾아온 세미’라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2016년 개인적 사고를 겪은 뒤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이듬해 광화문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이 친구들을 그리워하면서 ‘꿈에라도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서 영화를 착안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잊히지 않게 하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너와 나’가 그 답이 같았다. 주인공인 두 소녀 캐릭터에 특히 공을 들였다. “아직 성장해야 하고 좀 더 살아가야 하는 인물이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30대 남성 창작자가 여고생을 표현한 비결은 ‘관찰 또 관찰’이었다. 영화학과 입시 강의에도 나가고,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특강도 했다. 세미의 꿈속 드넓은 풀밭에 잠든 듯 쓰러진 여고생 모습은 극 중 단원고 학생으로 출연한 배우 7~8명을 교차해 촬영했다. 누구든 참사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안산에서 잠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조 감독은 “익숙하지만 자세히 보면 낯설고 복잡한 것, 이렇게 살아있던 것들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으로서는 어떤 이야기를 찾고 말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이야기 창작을 역할 놀이처럼 하며 자랐다는 그는 형이 가수 매드클라운, 어머니가 여성운동가이자 소설가 안일순, 이모가 가수 안혜경이다. 인권운동가 고 조영래 변호사가 큰아버지다. 그런데 그는 “가족보다는 친구들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연기와 연출, 어디에 무게를 둔다기보다 상황에 맞게 찾아오는 것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그는 “최근엔 제주의 숲과 4·3사건을 연결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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