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몸에 이름 새겨두는 가자지구 부모들…"신원 확인이라도"

CNN "공포와 절망감 보여주는 신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자녀가 숨질 경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녀의 팔과 다리 등에 이름을 적어두고 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 곳곳에 시신이 넘쳐나면서, 일부 부모들이 자신이나 아이가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자녀의 몸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CNN이 가자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알아크사 병원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영안실 바닥에 놓인 들것에 어린이 세 명과 유아 한 명의 시신이 놓여있는데 이 아이들의 종아리에는 아랍어로 이름이 적혀 있는 모습이 담겼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어린이의 다리에 이름이 적혀있다. [사진출처=팔레스타인 언론인 '하니 아부레스크' 인스타그램 캡처]

CNN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아이들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으며, 이런 일이 최근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습이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영국 BBC도 이날 "알아크사 병원에서 수술이 계속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병원 밖 마당에는 시신들이 흰 천으로 덮여있다"며 가자지구의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병원 마당을 시신들이 가득 채웠고 시신 보관 냉장고뿐만 아니라 병원 안과 밖으로 시신이 있다"며 "시신이 너무 많아서 시신을 덮을 수의조차 없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시신이 훼손된 채 병원에 도착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며 "솔직히 상황이 재앙적이며 견딜 수 없다. 우리가 예전에 목격했던 것들이 있지만 이번은 전에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하면서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밀려드는 사상자로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부상자들은 병상이 없어 복도에 임시 침대와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있으며, 영안실도 가득 차 아이스크림 트럭을 임시 영안실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한 이래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현재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약 1400명이라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같은 기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총 4651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망자의 40%가 어린이고, 누적 부상자 1만4245명 중 70%가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