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약은 통닭 한 마리값…대한민국, 골든타임 끝자락"
마약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특정 분야에만 한정된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등 새로운 수사 기법을 도입해야 마약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김희준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는 2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지만 사실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골든타임의 끝자락"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우선 마약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유통 구조의 변화와 저렴해진 마약 가격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김 변호사는 "예전에는 대면 거래를 했다. 전문적인 마약 사범들끼리 직접 만나야 마약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해 누구나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살 수 있다. 배달 음식 주문하듯 마약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필로폰 1회 투약분이 15~2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통닭 한 마리 값이다. 가격이 저렴해져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 좋은 구조로 가고 있다"며 "그래도 외국에 비해서는 비싸다. 마약 공급책 입장에서는 이윤이 많이 남아 적극적으로 마약을 유입시키려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마약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사 기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 거래는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외국 회사에서 운영해 수사 협조가 안 된다"며 "마약을 주고받는 사람들끼리도 서로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만큼 수사가 어려워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통 마약 투약자나 공급자를 잡고, 연결된 사람들을 수사한다"며 "텔레그램 마약 방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실태를 파악하려면 위장 수사가 가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만 위장 수사를 인정한다. 마약 범죄에도 도입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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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연예인 자숙 후 복귀…경각심 갖기 어려워"
김 변호사는 마약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이 일정 기간 자숙 후 복귀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경각심을 갖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가 된 것도 마약 범죄 성행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우 주지훈(41)은 2008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지만 2012년 복귀했다. 하정우(45)는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가 2년 만인 지난해 복귀했다. 그의 복귀작은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수리남'이었다.
그룹 빅뱅 출신 탑(36)도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7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합류 소식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마약 투약을 한 연예인들이 몇 년 지나고 연예계에 쉽게 복귀하는 현상들을 보면 마약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예방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마약 투약을 했으면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처벌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치료와 재활에도 신경 쓰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범죄와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받게 해야 마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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