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국힘 공천룰도 건드릴 수 있을까
[박현광, 남소연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국민의힘이 23일 인요한 연세대 교수를 당의 쇄신작업을 이끌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혁신위는 당의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의 핵심 내용이다. 수도권 인사를 전진 배치하고 통합형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던 '2기 지도부 개편'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의 성패야말로 내년 총선을 맞는 여당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특별귀화 1호 등 당의 전통적인 색채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인요한 신임 혁신위원장의 '수식어'를 감안하면 일단 '변화'는 확실히 예고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요한 혁신위'의 성공을 위해선 당 지도부의 무조건적인 혁신안 수용, 특히 총선 공천룰 변경까지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요한, 불편한 얘기할 수 있을지 봐야"
인요한 위원장, '인물' 자체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인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1991년부터 32년간 의료 활동을 했고 현재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인 위원장의 가문은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을 펼쳐 왔고, 이 공로로 인 위원장은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이에 대해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사회봉사하시면서 또 우리 당과의 관계도 있으시고 그래서 합리적으로 개혁적으로 잘하실 분"이라고 했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국민의힘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이다'라는 식견을 갖춘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 김한길 '신당 창당은 없다'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 정책제안 부처합동브리핑’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 둘러싸여 ‘신당 창당’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신당 창당은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다. |
ⓒ 권우성 |
특히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과의 인연으로 혁신위원장으로 인선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대통령실과 당과의 일방통행식 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드센 가운데, 결국 또 다른 '친윤 인사'가 혁신위원장으로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 '우리가 불편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인 카드일 수 있다"며 "인요한 교수가 얼마 전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랑 국민통합위원회에서 대담도 하고 그랬던 것들을 봤을 때 어떤 방향성,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임명)된 카드인지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의 부당한 낙하산 공천을 막고 어떻게 하면 평상시에 당을 위해서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제대로 된 공정한 경선 기회를 부여받을 거냐가 핵심"이라며 "그런 불편한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냐(는 건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영우 전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혁신하려면 용산(대통령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얼마나 자율성, 창의성을 갖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또 혁신위의 성공도 당 지도부로부터 얼마나 자율성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인 교수는 정치인은 아니다. 당의 무엇을 어떻게 왜 바꾸어야하는지 심사숙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진 수도권 차출 등 혁신안에 '보신주의'로 못 받는다 하면 안 돼"
이러한 우려 때문이라도 김기현 지도부가 혁신위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만들어진 혁신안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민 최고위원이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혁신위가 내년 공천룰을 건드려 중진 의원들 수도권 출마하라는 등의 요구를 해도 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공천룰 변경·중진 수도권 출마 등에 대해) 지도부가 보신주의로 '그런 거 받을 수 없다' 그러면 이 당이 총선 치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게 대표적이다.
혁신위가 공천룰을 바꾸더라도 '지도부 보고'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공천룰 관련)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또는 더 나아가서 공천에 대한 합리적인 안을 내놓는다면 좋은 일"이라며 "혁신위원장이 그런 안(공천 룰 변경)까지 내놓는다면 당에서 충분히 토론을 거쳐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 역시 인터뷰에서 "혁신위에서 만든 안은 결국은 단계적으로든 아니면 한꺼번에 든 간에 당의 의사를 결정하는 토론 절차에 반드시 회부 올린다는 걸 보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하지만 관건은 혁신위에 부여된 권한이다. 인 위원장에게 총선 공천룰을 손댈 만큼의 권한이 부여됐는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면담한 뒤 관련 질문에 "솔직히 제게 주어진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아직 모른다"고 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김기현 대표와 만난 뒤엔 "며칠 전에 우리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줬다"고 밝혔다. 다만 그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도 혁신위 권한에 공천룰 변경 부분도 포함됐는지 묻는 질문에 "(인 위원장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내가 말씀드릴 일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인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공천 문제에도 손을 대겠다는 의지는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내려와야 한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말씀 중에 제가 깊이 생각한 것이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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