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돈봉투 3개 의원 '이정근 리스트' 일부 공개
“송영길의 선거이기 때문에 캠프 안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특히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선 후보에게 당연히 보고한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3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송영길 캠프 내 자신의 보고체계의 끝은 송 전 대표였다고 밝혔다. ‘이정근 리스트’에 오른 국회의원들의 명단도 법정에서 일부 공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열린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윤관석 무소속 의원,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 재판은 마치 “송영길의 재판”(윤 의원 측 변호인)을 방불케 했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을 상대로 진행한 6시간가량의 신문에서 ‘송 전 대표의 캠프 상황 인지 여부’를 중점 질의해서다.
이 전 부총장은 법정에서 “중요한 일은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월 중순경 민주당 S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캠프 활동비 조로 각각 200만원·1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이 말하는 ‘중요한 사항’에는 누군가 선거운동 자금을 대는 일들이 포함되나”고 되묻자, 이 전 부총장은 “저는 그런 (금전 융통 관련) 사항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을 했었고, 빠짐없이 보고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S 의원에게서 송 전 대표 캠프에 활동비 200만원이 들어간 사실은 이번 재판에서 처음 밝혀졌다. 다만 검찰은 해당 사안은 “본류가 아니다”(검찰 관계자)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이날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증거로 꺼낸 ‘이정근 녹취록’ 등에 따르면, 이 대표의 1차 보고대상은 강래구 전 상임감사였지만, 중요 사안일 경우 송영길 전 대표에게도 보고했다. 당시 캠프 내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부총장은 강 전 감사 지시에 따라 조직본부 내 상황과 관련한 보고서를 매일 작성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송 전 대표에게 이 전 부총장이 직접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이 강 전 감사에게 “‘캠프 조직본부, 활동가들 운용비 마련 의논. 강래구가 애를 씀’이라고 적은 3월 12일 일지를 송영길이 내게 보고받고 나자, 송영길이 ‘(운용비가)많이 필요하냐’고 물어오더라”고 전달하는 내용도 녹취록에 담겼다. 또 다른 녹취록에서 강 전 감사가 이 전 부총장에게 “3월 24일 지역본부장 회의할 때 100만원씩 봉투에 넣어서 주자”고 제안하며 “이런 방안을 송영길과 상의하자”라고도 했다. 강 전 감사가 “3월 30일 지역본부장회에서 이성만 의원이 해다 줘서 (돈을) 나눠준 것을 영길이형에게 얘기했더니, ‘아유 잘했네, 잘했어’라고 했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이정근 녹취록’은 자신이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송 전 대표는 해당 녹취록이 이 전 부총장의 동의 없이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전 부총장이 상반되는 입장을 낸 것이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이성만·S 의원의 금품 전달을 송 전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송 전 대표의 인지 여부’를 따져 묻는 검찰의 질의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답변하지 않겠다” 등의 답변을 반복했다.
이성만·허종식·임종성 등 이정근 리스트 공개
검찰은 이른바 ‘이정근 리스트’에 오른 국회의원들의 명단도 공개했다. 2021년 4월28일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고 말하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여기서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느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이어 “인천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회의 나왔던 사람이 그 둘(이성만·허종식)이니 맞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녹취록에서 윤 의원이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며 이용빈·김남국·윤재갑·김승남 의원을 거론하자 이씨가 “거기 다 해야지.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답하는 내용도 검찰이 공개했다. 1차 전달 현장에 없어 미처 돈봉투를 교부하지 못한 이들에게 주는 게 맞다는 취지냐는 검찰측 질문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이들에게 실제로 돈봉투가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이정근 리스트에 오른 의원들은 그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2021년 4월26일 캠프 기획회의에서 윤 의원이 금품 살포를 가볍게 거론했다는 이 전 부총장의 진술을 토대로 임종성·이성만·허종식·김영호·민병덕 의원에게 참석하라고 통보된 메시지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이 “당시 임종성·허종식 의원이 (금품 제공에) 맞장구를 쳤느냐”고 하자 이 전 부총장은 “그렇다”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날 자신이 돈 봉투 의혹의 ‘심부름꾼’에 불과하고, 캠프 바깥에 있던 강 전 감사를 실질적 배후로 지목하는 데 진술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녹취 상에서 강 전 감사는 이 전 부총장을 자신의 ‘아바타’로 지칭하며 지시·보고 관계를 맺었다. 이 전 부총장은 재판 도중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강래구 감사와 이성만 의원,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정근이 밥값이 없다며 돈을 달라고 징징거렸다’고 했다”며 “한때 동지라고 여겼던 사이였는데 짠 듯이 저에게 인신공격성으로 덤터기를 씌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 죄는 적게 하고 발뺌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이지만 하루아침에 표변하는 태도를 보인 것에 책임을 묻고 싶다”, “강래구가 저한테 ‘돈을 돌려받았다’ 등의 위증을 강요해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등의 발언도 덧붙였다.
또 “제가 강 전 감사 지시에 의해 심부름 했다 하더라도, 이런 사실이 제게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잘알고 , 제가 한 행동 당연히 책임지고 벌 받겠다”라고도 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전달한 현금이 얼마였는지도 집중 심리됐다.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씨는 2021년 4월 27~28일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에게 현금 6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윤 의원이 100만 원짜리 봉투 20개로 총 2000만원을 받았다고 맞서면서다.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에게 전달할 때를 회상하며 “액수를 세보진 않았지만, 살짝 들여다봤을 때 좀 두툼했다”며“검찰 조사 당시 돈 봉투 두께 테스트를 했었는데, 100만원은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고 했다.
윤지원·이병준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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