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투혼의 스마일 레이서 전민재

김효경 2023. 10.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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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국 항저우 후안롱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여자 200M T36 결승 경기에서 질주하는 전민재. 사진공동취재단

그에게 '장애'는 걸림돌이 아니다. 나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애인 육상 간판선수 전민재(46·전라북도)가 주인공이다.

전민재는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Asian Para Games·APG) 육상 여자 T36 200m 결선에서 31초27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따냈다. 전민재는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전민재는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며 코너를 돌았다. 그러나 이 종목 최강자인 쉬이팅(26·중국)과의 격차는 좁히지 못했다. 쉬이팅은 28초17초로 골인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을 0.04초 앞당겼다.

전민재는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을 앓아 뇌병변 장애를 얻었다. 생활보조원으로 대회에 함께 하는 어머니 한재영(72)씨가 그의 훈련을 돕고 있다.

은메달을 목에 건 전민재(왼쪽). 사진공동취재단

전민재는 남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만한 19세의 나이에 뒤늦게 특수학급이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두 손이 불편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한편 그림도 그렸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3년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달리는 걸 좋아한 전민재는 그 이후 틈날 때마다 논두렁을 달리며 연습했다.

키 1m49㎝의 단신이지만 피땀 흘린 노력 덕분에 세계적인 장애인 스프린터로 성장했다.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 은메달 2개(100m·200m)를 따냈고,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200m)을 목에 걸었다.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출전할 때마다 메달을 따냈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2개(100m·200m)를 땄고, 2014 인천 대회, 2018 인도네시아 대회에서는 잇달아 2관왕(100m·200m)에 올랐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지만, 전민재는 멈추지 않는다. 2020 도쿄패럴림픽에선 4위를 차지한 뒤 그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보다 스무살 어린 금메달리스트 쉬이팅, 서른살이나 어린 동메달리스트 리시슈앙(16·중국)과 경쟁을 펼친 끝에 4회 연속 메달 획득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민재는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아 잘 뛸 수 있었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즘 기록이 나쁘지 않다. 육상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전민재의 별명은 '스마일 레이서'다. 힘든 레이스를 펼친 뒤에도 미소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 긍정적인 성격이다. 웃음으로 모든 걸 승화하고 있다"고 했다. 전민재는 26일 육상 100m에 출전,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탠덤 사이클은 앞에 비장애인(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 김정빈(오른쪽)과 파일럿 윤중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이클 김정빈(32·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은 첫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중국 항저우 CSC 벨로드롬에서 열린 남자 B등급 4000m 개인 추월 예선 1위에 오른 김정빈은 결승에서 와하브 모드 카이룰 하즈완(말레이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탠덤 사이클은 앞에 비장애인(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 그래서 파일럿도 함께 메달을 수여한다. 김정빈은 남양주소방서 소속 소방관인 동갑내기 윤중헌(서울특별시)과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은 그는 점자를 익히려고 찾은 복지관에서 사이클을 접했고, 2018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올해 아시안로드&파라 사이클링 도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탄 김정빈은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APG는 척수·절단·시각·뇌병변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종합대회다. 비장애인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개최가 1년 미뤄졌다. 22일 개막해 28일까지 일주일간의 열전을 치른다. 한국은 21개 종목에 345명(선수 208명·임원 13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한국 선수단은 22일 열린 개막식에 44개국 중 15번째로 입장했다. 태권도 주정훈(SK에코플랜트)과 골볼 여자 대표팀 주장 김희진(서울시장애인체육회)이 공동 기수로 나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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