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월급 다시 줘라'…합병 위해 뭉친 셀트리온·주주들

이춘희 2023. 10. 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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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위해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

합병 안건이 참석 주주 97%의 높은 지지로 성공적으로 가결되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챙긴 건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었다.

참석 주주들은 합병으로 통합 셀트리온호의 출범이 성사된 것을 기뻐하며 기 부회장의 급여 지급에도 박수로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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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회복 때까지 월급 안 받겠다'
19개월째 임금 안 받은 기우성 부회장
합병 성사에 밀린 임금 다시 받게 돼
성숙하게 합병 응원 모습 보인 주주들
"확실한 성장 발판 마련" 기대감

"주주들 요청으로 기우성 부회장이 2년째 봉급도 못 받고 일한다. 이제 봉급을 줘도 되겠느냐?"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위해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 합병 안건이 참석 주주 97%의 높은 지지로 성공적으로 가결되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챙긴 건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었다.

기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주가 하락에 반발한 주주들이 "최저임금만 받고 근무하다 목표 주가를 넘어서면 미지급 급여를 소급해 받겠다는 책임 경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하자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성과보수위원회는 기 부회장의 임금을 회사의 비용으로 인식하되 일정 수준으로 주가가 도달하기 전까지는 최저임금도 수령하지 않고 전액을 지급을 이연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기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무려 19개월째 모든 보수를 수령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서 회장이 기 부회장의 급여 재지급을 언급하자 지난해 정기 주총 같은 주주들의 반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석 주주들은 합병으로 통합 셀트리온호의 출범이 성사된 것을 기뻐하며 기 부회장의 급여 지급에도 박수로 찬성했다.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장 앞에 주주들이 보낸 축하화환이 놓여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이날 임시 주총은 이처럼 기존 셀트리온의 정기 주주총회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 이어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는 기 부회장의 임금 지급 정지를 요구할 정도의 반발이 이어졌고, 올해 정기 주총 역시 주주들이 주가 부진에 항의하는 피켓을 드는가 하면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에게 주가 하락을 막아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임시 주총은 주주들이 신약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브랜드명)'의 미국 신약 승인 축하와 함께 합병 성공을 기원하는 화환을 주총장에 보내는가 하면 주총장 외부에서 주가 하락 등을 성토하는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액주주들이 직접 합병 지지 광고를 게재하는가 하면 '1주 사기 운동'을 벌이는 등 합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조용히 합병 성사를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주총 역시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합병 현장 투표는 현장을 찾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모두 기본 찬성으로 계산하되 반대 의사가 있는 주주는 별도로 의견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반대 의사를 표하는 주주는 아무도 없었다.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가결된 후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 참석한 주주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셀트리온]

합병이 가결된 후에도 주주들은 성공적인 합병을 응원하면서 임원진에 꽃다발을 증정하는가 하면 임직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윤석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들이 염원하던 합병의 첫 관문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고, 짐펜트라의 신약 승인을 받았다"며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비약적 도약을 할 수 있는 확실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주 모임인 셀동행(셀트리온 아름다운 동행) 역시 "통합 셀트리온의 큰 틀을 만들어주신 회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이번 주총을 계기로 주가가 정상화되고 직원이 행복한 회사, 주주가 행복한 회사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고 전했다.

서정진 회장 역시 이 같은 기대에 화답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합병이 결정되면 뭐가 있던 다 뚫고 나가겠다"고 강조한 그는 "주주들이 원했던 것을, 주주분들의 즐거운 축제가 되도록 마무리하겠다"며 "합병에 적극 지지를 보내주신 소액주주, 기관투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우성 부회장도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할테니 여태까지 셀트리온에 보내주셨던 사랑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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