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118배 구멍 뚫렸다…회복되던 오존층에 뜻밖 새 위협
인류의 노력으로 메워지고 있던 오존층에 다시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과거 오존층을 파괴한 주범으로 지목된 프레온 가스는 금지됐지만, 새로운 요인들이 오존층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위성으로 측정한 결과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이 사상 최대 규모로 커졌다고 발표했다. 구멍의 크기는 지난달 16일에 한반도 면적(약 22만㎢)의 118배에 이르는 2600만㎢에 달했다. 유럽우주국은 “오존 구멍의 크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가장 커지는데 올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은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자외선 막는 오존층…인류 노력으로 메웠지만
1980년대 후반 남극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오존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훼손된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은 올해 초에 오존 파괴 물질 감소 정책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2040년에는 오존층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해저화산 폭발로 수증기 유입…오존 파괴 유발”
그렇다면 무엇이 다시 남극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을 낸 걸까. 과학자들은 지난해 1월에 남태평양 통가 해역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화산은 분화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가 넘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 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2년 훈가 통가-훈가 하파이 화산 폭발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성층권에 주입해 오존의 급격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화산이 만든 기둥은 해발 57㎞까지 치솟았고, 화산 폭발이 해저에서 발생한 탓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성층권에 유입됐다. 수영장 6만 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기록적인 양의 물이다. 연구팀은 “성층권의 습도 증가와 복사 냉각 등으로 인해 열대 성층권에서 단 1주일 만에 오존이 5%나 급격히 파괴되는 이상적인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의 수석 과학자인 안트예이네스도 “통가 화산이 폭발하면서 성층권에 많은 수증기가 주입됐고, 이 수증기는 지난해 오존 구멍 발생 시기 이후에야 남극 지역에 도달했다”며 “수증기는 극지방 성층권 구름의 형성을 증가시키고 염화불화탄소(CFCs)와 반응해 오존층 파괴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인공위성이 남긴 금속들, 오존층 악영향 우려
미 퍼듀대 등 공동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성층권의 에어로졸(대기 중 미세입자)에서 알루미늄, 리튬, 구리와 같은 상당한 양의 금속 물질을 발견했는데 이는 로켓과 인공위성이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마찰열로 인해 표면의 금속이 벗겨져 성층권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금속 물질들이 에어로졸에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잠재적으로 오존층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댄 치초 퍼듀대 교수는 “우주 비행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아직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며 “안정된 대기 영역인 성층권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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