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저출산 시대, 인공 자궁 '팟'이 해결할 수 있을까?

김형욱 2023. 10.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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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팟 제너레이션>

[김형욱 기자]

 영화 <팟 제너레이션> 포스터.
ⓒ (주)왓챠
 
레이철과 앨비는 아직 아이가 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낳을 예정인데 여의치가 않다. 레이철이 거대 테크회사 페가수스에 다니며 생계를 책임지다시피 하는 반면 앨비는 주로 집에 있으면서 식물학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를 기르기 이전에 레이철이 임신하는 것 자체가 그녀의 커리어와 가정의 생계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때 레이철 그리고 앨비에게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 일을 잘해 승진 대상자가 되며 회사가 인수한 자궁 센터에서 알 모양의 인공 자궁 '팟'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기가 꽉 차서 자리가 나지 않고 있다가 드디어 자리가 났고 바로 예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식물학자로서 자연주의자이기도 한 앨비는 아내의 인공적인 임신을 반대한다. '자연적인' 임신만을 원한다.

이미 팟으로 임신 중인 직장 선배 부부를 찾아가는 레이철과 앨비, 그들은 또 레이철이 자주 찾는 AI 심리상담사를 함께 찾아 상담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팟으로 임신하기로 한 그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레이철과 앨비의 마음이 서로 다른 식으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자궁 센터가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레이철과 앨비는 과연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

저출산 시대를 위한 SF 영화

2018년 대한민국은 대만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산율 1.0 미만 국가 반열에 들어섰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출산율이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수십 년 후 출산율이 마이너스 대로 진입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초고령화 국가로 접어든 상황에서 저출산까지 겹치면서 국가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 <팟 제너레이션>은 저출산 시대에 다양한 논쟁거리를 불러올 수 있는 인공 자궁 '팟'에 관한 이야기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알프레드 P. 슬로안상을 수상해 기대를 높였고 <왕좌의 게임>의 에밀리아 클라크와 <노예 12년> <닥터 스트레인즈> 등의 치웨텔 에지오프가 레이철과 앨비 역으로 분해 작품의 격을 높였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임신과 출산 문제 해결이 물론 큰 영향을 끼치겠으나,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부분이 있지 않은가? 임신과 출산에 있어 엄마와의 교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가? 모든 기술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부작용이 따르는데, 모든 게 완벽하다는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에겐 아무런 부작용이 따르지 않을 것인가?

인간과 AI, 그리고 임신과 출산

<팟 제너레이션>은 22세기가 되기 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다. 하지만 여타 SF처럼 암울하기만 한 미래는 아니다. 최첨단 AI 기술이 일상 깊숙이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지만 불쾌하게만 보이진 않는다. 아직까진 AI가 인간을 보조하고 있거나 최소한 인간과 AI가 잘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AI에게 시시때때로 감시당하듯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임신과 출산까지 대신해 준다니 논쟁이 부딪힌다.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홀로 떠안고 까다롭다는 취급까지 받아온 여성에게 '해방'을 건넨 혁명적인 발명품이라는 주장과 함께 AI가 어느 부분까지 인간의 삶에 침투해 관여할 것인지의 논쟁이 따로 또 같이 부딪히는 것이다. 결국 다시 인간의 선택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선택해야 한다.

영화는 인간과 AI 간의 갈등을 다루진 않는 편이다. AI 시대에서 태어난 이들이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무서워하고 자연주의자인 앨비가 집과 가정 비서 격인 AI와 스스럼 없이 대화하진 못하며 또 인공적인 거라면 무엇이든 멀리하고 꺼려하는 정도로 그려질 뿐이다. 그러니 임신과 출산에 관한 논쟁 혹은 이야기야말로 이 영화의 주요 주제라 할 것이다.

인간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논쟁

그러나 영화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도 첨예하게 다루지 않는다. 레이철과 앨비가 회사 선배를 찾아갔을 때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이후 그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팟을 애지중지하며 임신 기간을 잘 보내려 하지만 쉬운 게 아니다. 보통의 임신 형태와 다르다 보니, 앨비가 의외로 잘 적응하는 한편 레이철은 희한한 꿈, 이를테면 실제로 임신하는 꿈이나 삶은 달걀을 낳는 꿈 등을 꾸며 불안해한다. 이 영화가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방법이다.

엄마 레이철은 인공 자궁 임신을 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하고 아빠 앨비는 인공 자궁 임신을 반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해 나간다. 전통적이고 또 보통의 엄마와 아빠가 느끼는 심경 그리고 역할이 역전되는 것이다. '모성애'는 저절로 생기는 걸까 혹은 만들어지는 걸까의 논쟁을 끄집어 낼 수도 있겠다. 레이철과 앨비를 보고 있노라면 모성애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게 확실해 보인다. 그들의 아기를 향한 애정이 동일해 보이는 까닭이다. 

임신과 출산, 모성애 등과 관련된 논쟁은 다분히 인간적이다. AI가 이렇게도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에선 인간적인 감정, 즉 걱정, 불안, 초초 등을 느끼며 영화 밖에선 인간적인 주제의 논쟁을 촉발시키니,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팟'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AI에게 천착되지 않고 다분히 인간적인 감정으로 인간적인 논쟁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덕분에 근미래로 다가온 AI 시대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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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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