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 롯데·아이파크가 못 이룬 부산의 우승 한 풀까
"이번엔 부산이 프로 스포츠 우승팀을 배출할 수 있을까.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22일 프로농구 부산 KCC의 홈 데뷔전 직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산 팬의 글이다. 지난 22년 동안 연고지로 삼았던 전주를 떠나 올해 부산에 둥지를 튼 KCC는 이날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2023~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개막전을 치렀다. 만원 관중(878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KCC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인 끝에 서울 삼성을 106-100으로 물리쳤다.
시즌 개막 전부터 7개 구단 감독으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받은 KCC가 개막전에서 삼성전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두자 "역시 우승 후보답다"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KCC는 이미 시즌 전초전 격인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농구 명가의 부활을 꿈꾸는 KCC를 품에 안은 부산 팬들이 벌써 설렐 만도 하다. '우승'은 부산 스포츠 팬의 염원이다. 인구 300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지난 26년간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를 통틀어 한 번도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배구는 부산을 연고로 한 팀조차 없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1997년(당시 부산 대우 로얄즈) 정상에 오른 것이 마지막 K리그1(1부) 우승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부진을 거듭하다 2016년엔 K리그2(2부 리그)로 강등됐다. 올 시즌도 2부 리그에서 1부 승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팬들은 "부산의 골칫거리는 야구인데, 축구까지 속을 썩인다"며 조롱했다.
부산은 '구도(球都)'로 불릴 만큼 야구 인기가 높은 도시다. 그런데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프로축구보다 더 오래됐다. 31년 전인 1992년(한국시리즈·정규시즌 우승) 이후 우승이 없다. 올 시즌 초반 롯데는 9연승으로 선두를 달리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 부진을 거듭한 끝에 7위까지 밀려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부산에는 KCC 이전에도 프로농구팀이 있었다. 2010년부터 10년간 부산을 연고지로 삼았던 KT다. 하지만 KT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0~11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동부(현 DB)에 패해 챔피언결정전에 나가지 못했다. 헹가래를 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는 '제2의 도시' 부산 팬들은 해마다 쓰린 가슴을 달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농구 KCC의 출현은 부산팬으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KCC는 이승현(31)과 허웅(30), 귀화 선수 라건아(34)가 건재한 데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최준용(29)까지 영입하면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최준용은 2021~22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그런데 최준용은 아직 뛰지도 않았다. 개막 직전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당해 다음 달 중순에야 코트에 복귀할 예정이다. 국가대표 포워드 송교창(27)도 다음 달 중순 상무에서 제대해 KCC에 합류한다. 11월이 되면 KCC는 진정한 '국가대표급 전력'을 갖추게 된다.
전창진(60) KCC 감독은 "(최)준용이와 (송)교창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 다 빠르고, 수비·리바운드에 강점이 있어 속공 찬스가 더 많아질 것 같다. 상대 팀이 KCC의 빠른 공격을 막기 벅찰 것"이라고 밝혔다. 홈 개막전에서 23점을 기록한 에이스 허웅은 "최준용과 송교창이 돌아오면 우리는 더 강해진다. 완전체를 이룬다면 질 수가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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