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고에도…中 구금 탈북민 170명, 또 강제북송 임박
중국이 지난 9일 탈북민 600여명을 강제 북송한 데 이어 최소 170여명을 추가 북송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이 23일 제기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가 또다시 수백 명의 탈북민에 대한 강제 북송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차원의 유감 표명과 경고에도 중국은 강제 북송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탈북민 강제북송은 유엔 난민협약 등 다수의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죄 행위다.
강제북송 임박, 백산 지역 탈북민만 170명
한변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지린성 백산 지역의 구금 시설에 수감 중인 탈북민 170여명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지원을 중단했다. 식량 공급 중단은 중국 측이 수감자를 북한에 송환하기 직전 이뤄지는 조치라는 게 한변의 주장이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정보를 확인한 결과 지난 9일 탈북민 600여명을 강제 북송한 직후 중국이 백산 지역 구금시설에 수감된 탈북민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강제 북송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제 북송된 탈북민은 북한에서 모진 고문과 폭행, 협박 등에 시달리고 이 중 상당수가 사망한다는 점에서 강제북송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악의 인권 참상”이라고 말했다.
한변은 백산 지역의 탈북민 170여명에 더해 다른 구금 시설에 수감된 탈북민에 대해서도 유사한 강제북송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이 지난 9일 강제북송한 600여명은 4~6곳의 각기 다른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었던 탈북민이라고 한다.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고 북·중이 밀착하는 구도 속 2차, 3차에 걸쳐 수백명에 달하는 대규모 강제 북송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백산 구금시설에 수감된 탈북민 중에는 2016년 3월 탈북한 이후 중국인과 강제 결혼한 김선향 씨가 포함돼 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단둥시에서 북한 밀수품을 넘겨받은 혐의(코로나19 방역법 위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랴오닝성의 한 구금시설에 수감됐다. 이후 이달 초 백산 지역으로 이감돼 강제 북송 위기에 놓인 상태다.
"정부가 나서야" 긴급 청원서 제출 예정
한변은 김씨의 이모로부터 백산 구금시설에 수감된 탈북민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변은 김씨 이모를 대신해 한국 정부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난민기구 등에 김씨 등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을 구조해달라는 긴급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 명예회장은 “중국의 2차 북송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2차 북송 이후에는 3차, 4차 등 지속적인 북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이 2차 강제북송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강제북송)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외교채널을 통해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강제 북송 건에 대해) 중국 측에 엄중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경우에도 해외 체류 탈북민이 자유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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