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상전 임박에 "이라크 모술, 우크라 마리우폴 떠올라" 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에 돌입하면 승리는 가능해도 막대한 민간인 인명 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은 민간인이 밀집한 공간에서 벌어졌던 이라크 전쟁 당시 모술 전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마리우폴 전투의 양상과 유사할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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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술 전투 민간인 사망자 최대 1만1000명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과 가장 비슷한 사례는 2016~2017년 이라크가 급진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한 모술 시를 탈환하기 위해 벌인 전투다. 당시 모술의 인구는 약 210만 명으로 현재 가자지구(약 230만명)와 유사했다.
당시 이라크 정부군은 미군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가자지구 면적(365㎢)의 절반인 모술(180㎢)을 완전히 탈환하는 데 약 9개월(277일)이 소요됐다. 가자지구 지상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당시 모술 전투 과정에서 숨진 민간인은 약 9000명에서 1만10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앞서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도 팔레스타인 주민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분쟁의 정치적 상황만 보면 이스라엘군이 모술 전투 당시 이라크군보다 불리한 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라크군은 IS가 점령한 자국 영토를 탈환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스라엘은 이와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WSJ은 “모술을 장악했던 IS는 지역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는 그렇지 않다”라고 짚었다.
전쟁 대비 못 한 마리우폴 함락도 3개월…“이스라엘군의 무서운 운명”
WSJ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였던 마리우폴 전투를 설명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맞이할 무서운 운명”이라고 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무기·물자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한 마리우폴을 함락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렸다. 제공권을 장악한 상황이었지만, 장성급이 최소 2명 숨지는 등 러시아군의 인명피해도 컸다. 또한 우크라이나 측 추산으로 민간인 피해도 수만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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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시간과의 싸움’…진퇴양난 우려
다만 이스라엘군이 모술 전투의 이라크군, 마리우폴 전투의 러시아군보다 훈련이 잘돼 있고 군사력도 뛰어나 단기간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퇴역 미 육군 대령인 조엘 레이번은 WSJ에 “결론은 기정사실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전술적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건 ‘진퇴양난’에 빠지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이 단기전을 펼치면 민간인 희생자와 가자지구 인프라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국제사회의 정전 요구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늘자 세계 각국에선 항의 시위가 일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투에선 이기더라도 전쟁에선 지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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