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석달 걸릴 수도"…언론은 "암살부대 편성"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이스라엘군(IDF)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지상군이 밤새 제한적인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도부를 암살하기 위한 특수부대까지 편성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하마스와 이란은 이스라엘과 서방을 비판하면서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자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장갑 부대와 보병 부대에 의해 이뤄진 이번 기습 작전은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군의 침공에 대비해 집결한 곳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내 지상 작전 실행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에는 가자지구 분리장벽 서쪽에서 이스라엘 탱크와 공병 차량을 향해 하마스가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쏴서 작전 중이던 병사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피해 병사들은 하마스의 7일 기습 당시 숨진 이들의 시신을 수색하고, 지상전에 대비해 인근 지역을 정비하고 있었다. CNN은 "전쟁 발발 후 양측이 가자지구 지상에서 벌인 첫 교전 중 하나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2일 텔아비브 공군 사령부에서 "지상전이 최장 3개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그는 "이 작전은 가자지구에서의 마지막 작전이 되어야만 한다"며 "결국 마지막에는 하마스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적군은 기갑·보병부대를 마주치기에 앞서 우리 공군 폭탄을 만날 것"이라 덧붙였다.
22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6개국 정상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6개국은 관련 당사자들에게 민간인 보호 등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7일 기습 공격 후 현재까지 양측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또 현재까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은 222명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하마스가 처음 석방한 미국인 인질 2명은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6개국 정상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24일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이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이 차례로 이스라엘을 지지 방문했다.
"이, 하마스 지도부 전원사살용 부대 신설"
가자지구 내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앞두고 하마스 지도부를 색출·사살하기 위한 암살부대를 특별 구성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란 등 주변국 참전 의지를 꺾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신베트는 최근 ‘닐리(Nili)’라는 이름의 부대를 신설하고 특수작전센터를 구성했다. 닐리는 ‘이스라엘의 영원하신 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히브리어다. 신문은 하마스의 정예부대인 알 카삼에서도 핵심 전력인 ‘누크바’ 요원을 전원 사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2일 "하마스는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또 하마스와 밀착중인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선 "헤즈볼라가 전쟁에 가담하면 강력한 파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참전하면 제2의 레바논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일생일대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하마스 측은 이란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스라엘을 막겠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하마스 측은 성명을 통해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의 공격과 관련된 최근 사건, 그리고 적(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잔혹한 범죄를 막을 모든 수단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은 전쟁 이래 연일 이스라엘과 서방을 비난하면서 아랍 국가들의 반 이스라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21일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을 '왕따 정권'으로 규정하고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자 3차 구호품 라파 국경 통과…"하루 100대 와야"
그러나 가자 주민의 긴급 구호를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엔은 가자지구 내에서만 4600명 이상 숨지고 이재민이 약 100만명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구호 트럭이 100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첫날 들어온 트럭 20대 분량은 통상 하루 동안 반입되던 보건·인도 지원품의 3%에 그친다"고 전했다.
하가리 이스라엘군 소장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유용할 경우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즉각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인명 피해가 확산하면서 팔레스타인 부모들이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는 비극까지 벌어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흐의 알아크사 병원의 영안실 바닥 위 들것에 4명의 아이 시신이 놓였는데, 이들의 종아리에는 아랍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팔레스타인 VS 이스라엘 시위로 쪼개진 유럽
유럽에선 연일 팔레스타인 또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집회·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반유대주의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만5000명, 경찰 추산 1만명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여 "유대인에 대한 테러를 멈추라" 등의 현수막과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었다. 연사로 나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유대인들이 오늘날 또다시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며 "유대인과 관련 기관에 대한 공격 하나하나가 독일의 수치"라고 말했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경찰 추산 1만5000명이 모여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파리는 가자와 함께한다" 등 현수막을 내걸었고, 일부는 빨강·초록·검정으로 이뤄진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전날 영국 런던에선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이 열렸다. 경찰 추산 10만명이 참여한 시위대는 하이드파크에서 총리실까지 행진하고,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서 한 남성이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외치고 지하철 기관사가 차내 방송으로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유도해 논란이 됐다. 이에 영국 정부 각료는 "테러를 선동한 것"이라며 대응을 촉구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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