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한상차림'으로 함양 알리기... "뿌리의 맛 나눠요"

주간함양 김소희 2023. 10. 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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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양씨 16대손 양난희 여사

전통에는 역사가 숨어 있다. 그래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은 그 가문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윗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음식은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전통음식은 계승해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전수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집안의 전통음식, 옛 음식을 전수해 줄 함양의 숨은 손맛을 찾아 그들의 요리이야기와 인생래시피를 들어본다. <기자말>

[주간함양 김소희]

남원 양씨 16대손인 양난희씨의 아명(兒名)은 옥란(玉蘭)이었다. 어머니의 바람으로 무용을 배운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재능을 알아 본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경남 함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상대학교 국어국문과에 진학해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며 필명을 '옥란'으로 하고 싶어 했다.

"필명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난희'라는 이름도 굉장히 예뻐서(본명을 썼다)."

아명을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함양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도시에서 풍족한 삶을 누리기보다 함양에서 자연을 느끼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함양에 돌아온 스물여덟의 그는 자신과 함께 함양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이루었다.

양난희 씨에게 함양은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이자 보물 같은 자연이 펼쳐진 곳이었다. 그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종가에서 각종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여겨보며 남몰래 따라했던 때를 추억했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계모임 간다고 하시면 너무 좋았어요. 엄마 없이 밥을 혼자 하는 거야. 보조가 아니라 메인이 돼서."

또한 그는 자녀들을 키우면서도 틈틈이 홀로 차를 타고 함양 곳곳을 누볐다. 그는 언젠가 함양의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을 엮어서 함양 투어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요리와 사랑을 배우다

그의 조부모는 사랑과 재주가 많은 이들이었다. 양난희 씨는 조부모와 보냈던 시간 중 할머니와 함께 텃밭에 가서 야채며 옥수수를 따 먹던 순간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텃밭에 나가서 손에 흙 묻히는 걸 싫어했어. 딸은 손에 흙을 묻히면 안 된다고 하셨어."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과 달리 옥란은 할머니와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을 사랑했다. 손맛이 좋은 그의 어머니는 서양식 음식과 전통 음식을 가리지 않고 요리를 해주셨다. 그는 어머니가 해준 마요네즈와 식빵도 맛있었지만, 끓는 물에 삶은 수제 칼국수 면을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낸 '건진국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양난희씨는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이 본인 요리의 뿌리라고 말하며 할머니와 어머니를 향한 그의 사랑이, 그들에게 요리를 배울 때 느낄 수 있던 분위기가 요리의 원동력이 된다고 추억했다.

'손님맞이 한상차림'은 남원 양씨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차리는 한상이자 정성이 담긴 음식이다. 양난희씨의 조상 일로당 양관 선생은 성종 때 청백리(淸白吏) 칭호를 받을 만큼 청렴하고 곧은 사람이었다. '손님맞이 한상차림'에 올리는 맑고 깊은 소고기뭇국은 청백리 칭호를 받은 양관 선생의 삶의 태도와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과 함께 차린 제철 나물 밑반찬은 텃밭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을 풍기는 애호박볶음과 가지무침, 고추장과 식초로 양념한 노각무침은 맑고 깊은 소고기뭇국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저마다의 색과 맛으로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양난희씨는 남원 양씨 종가음식의 특징을 소개하며 손님을 맞이할 때 찰밥과 함께 쌀밥을 반 그릇 내어 그의 식성을 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 소개한 한상차림은 간소한 한상이며 경우에 따라 갈비찜 같은 육류, 생선 요리, 김부각과 감주를 올린 한상을 대접한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함양을 알리고, 사랑하기

양난희씨의 하루는 함양에 대한 사랑과 음식에 대한 진심, 함양의 자연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흘러간다. 양난희씨는 매일 다른 요리를 대접하는 식당을 차리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상림 공원의 사계절이 너무나 아름다워 상림공원 내에 있는 산삼주제관에서 카페 운영을 함께 하고 있다.

또 자유로운 것을 추구해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상림의 자연 앞에서만큼은 그 마음이 저절로 잠재워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카페 운영을 통해 많은 돈을 버는 대신 카페에 방문한 이들에게 상림의 자연을 소개하고, 특색 있는 메뉴를 개발해 함양의 특산물을 알리는 데 힘쓴다.

그는 또한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 가장 친환경적인 것"이라는 요리 철학을 담아 '친환경 쉬운 요리'를 주제로 요리 수업을 진행한다. "함양이 곧 자신의 뿌리"라고 말하는 양난희 씨는 카페 운영과 요리 수업을 통해 어머니와 할머니께 배운 솜씨와 손맛을 나누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함양을 알린다.

함양을 자신의 뿌리이자 삶 자체로 여기는 양난희씨는 올곧은 사람이자 정직한 사람이며,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무엇보다 그는 자신만의 나침반이 있는 사람이고 언제나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다. 

소고기박국(소고기뭇국)

<재료>
(육수용) 맛술에 볶은 잔멸치 두 줌,
마른 다시마 조각 5장, 대파 한 대
양지 200g, 박(여름) 또는 무(겨울) 1/3,
다진 홍고추 반 컵, 다진 파 반 컵,
액젓 2t 또는 집간장 2t, 참기름 1t,
다진 마늘 1t, 맛술 1t, 양조간장 100% 1/2t

<순서>
1. 육수용 잔멸치 두 줌을 맛술 1t와 함께 마른 프라이팬에 볶는다. 멸치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프라이팬 잔열을 이용해 멸치를 2분 정도 더 볶는다.
2. 프라이팬에 볶은 잔멸치와 대파 한 대, 마른 다시마 조각 5장을 넣고 센 불에 물 2L와 함께 10분 정도 끓인다. 육수가 팔팔 끓으면 건더기를 건진다.
3. 소고기박국(소고기뭇국)에 들어갈 박(무)을 한 입 크기로 작고 얇게 썬다.
4. 고기에 간이 잘 배도록 양지를 칼로 다진다. 양지를 다지는 과정에서 고기의 힘줄이 부드러워진다.
5. 냄비에 참기름 1t를 두르고 다진 마늘 1t를 볶는다. 마늘이 익으며 향이 올라오면 다진 양지 200g과 잡내를 제거할 맛술 1t, 고기에 간을 할 액젓 1t를 넣고 함께 볶는다.
6. 양지의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게 겉을 익히는 정도로만 양지를 볶고, 미리 끓여둔 육수를 모두 붓는다. 기호에 따라 육수 양을 늘려도 되고 줄여도 좋다.
7. 국이 끓으면 한 입 크기로 썰어 둔 박(무)을 넣는다.
8. 국의 간을 맞추기 위해 액젓 1t를 넣는다. 고기를 볶을 때 간장을 사용했다면 국의 간 역시 간장으로 맞춰야 한다. 간장과 액젓을 함께 섞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9. 국의 간을 보고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시중에서 파는 양조간장을 1/2t 넣고 끓인다.
10. 박(무)이 익어 물러질 때까지 뚜껑을 덮고 국을 끓인다.
11. 국이 다 끓으면 그릇에 옮겨 담는다. 썰어둔 파와 씨 뺀 홍고추를 국에 올려 요리에 색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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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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