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마피아가 조종했다…코인으로 수백억원 빼돌린 보이스피싱 21명 검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수백억원을 뜯어내 해외로 빼돌린 국제 환치기 범죄 조직원 2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서장 이광진)는 해외로 수백억원을 빼돌린 3개국 조직원 21명(대만 3명, 중국 3명, 한국 15명)을 사기 및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국내 총책 A씨(32) 등 2명을 구속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대만 마피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결탁해 국내에서 가상자산(테더코인)을 이용한 환치기 수법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 175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장은 대만 마피아 B씨로 조사됐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고용해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냈다.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구속 수사를 하겠다”라며 협박하거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등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서민금융지원센터 직원이라고 속인 콜센터 조직원은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해 “새출발기금으로 자영업자에게만 5% 미만의 저리 대출을 해준다. 기존의 대출금을 보내면 더 적은 이자의 대출로 바꿔주겠다”라고 속여 돈을 편취했다.
더 공을 들인 건 돈세탁 절차였다. 피해자들이 보낸 돈을 상품권으로 세탁한 뒤, 이를 다시 가상자산으로 세탁하는 2단계 절차를 거쳤다. 1차로 상품권 매입책이 피해금을 상품권으로 바꿔오면, 상품권 세탁책이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고, 또 다른 현금 수거·전달책이 이를 국내 무등록 불법 환전소로 전달한다. 그러면 이 환전소를 거느리는 대만 환치기 일당이 원화로 가상자산(테더코인)을 매수한 뒤, 다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위안화로 매도하는 식이다. 경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해외에 빼돌린 범죄수익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범죄수익금을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국외로 숨기는 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의 추세다. 피해금이 가상자산거래소로 흘러가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금을 환급하는 구제절차를 밟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규정한 ‘금융회사(은행 등)’에 가상자산거래소가 포함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렇게 ‘상품권→가상자산’ 2단계로 세탁한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을 수사기관이 적발해 압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피아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무등록 환전소를 일반 사무실로 꾸며 은밀하게 범행을 이어 왔다. 강북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수개월 잠복 수사 끝에 대만인, 중국인 등 총 21명을 검거하고, 검거 현장에서 현금 71억 원을 압수해 피해자 10여명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김재진 강북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이번에 검거하지 못한 대만 총책은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추적·검거할 예정이며, 그 밖에 국내에 이들이 운영하는 불법 환전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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