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습지에 왜 이런 걸... 대구시, 정말 최선인가요

정수근 2023. 10. 2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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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달성습지 망치는, 금호강 르네상스 '다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정수근 기자]

 흑두루미가 찾는 곳에 교량을 신설하겠다는 대구시, 문제가 많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위 사진을 봐주십시오. 지난 10월 18일 찍은 달성습지의 전경입니다. 이곳은 두 국가하천인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이기도 합니다. 달성습지는 1980년대 이미 세계습지목록에 등재된 바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한 곳입니다. 그 면적만 해도 최대 500만㎡에 이를 정도입니다.

사진 속 붉은색 둥근 원 안은 몇 해 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조류 흑두루미가 내려앉은 곳입니다. 또한 바로 위 하중도 머리와 옆구리 쪽으로 큰 모래톱이 생겨나 넓은 모래톱을 좋아하는 흑두루미가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그런데 대구시가 최근 이런 세계적 습지 앞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약이었던 '금호강 르네상스' 토건사업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고 있습니다.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국비와 시비 매칭사업) 총 사업비 810억 원의 일부(90억여 원)가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됨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보입니다.

금호강 르네상스 본격 시동 거는 대구시

금호강 르네상스는 본사업 말고 선도사업으로 ▲동촌유원지 명품하천조성사업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조성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이렇게 세 가지 사업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문제로 보이는 것이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입니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조감도. 세계적인 자연습지 달성습지 앞에 어떻게 이런 구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의아할 따름이다.
ⓒ 대구시
   
이 사업은 디아크(강정고령보)와 달성습지를 연결시키는 교량을 놓는 것이 골자로, 그 교량에 분수를 설치하고 화려한 조명을 달겠다는 것입니다. 달성습지 초입에는 주차장과 공원 등도 조성하고 말이지요. 

그 예산이 무려 300억 원입니다. 혈세를 들여 세계적인 자연습지의 생태계를 훼손하려는 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공사를 벌이려는 그 일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도래한 지역 바로 지척이기도 합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에서는 흑두루미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고, 대구시의 다른 한 부서(금호강 르네상스 추진단)에서는 그런 곳에 조명을 달고 분수를 설치한 화려한 교량을 놓고 그 일대를 수상레저 거점 공간으로 조성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좌측에 인공적으로 정비해둔 흑두루미 유인 개활지보다는 건너편 하중도 쪽에 만들어진 넓은 모래톱에 흑두루미가 내려앉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흑두루미를 유인하기 위해서 이렇게 넓은 개활지를 만들어뒀다. 너무 인공스럽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순입니다. 한 지자체에서 부서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정책과에선 흑두루미 도래지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습지 한가운데 넓은 개활지를 만들어뒀습니다. 시야가 훤히 트인 개활지 모래톱을 선호하는 흑두루미의 습성을 고려한 정비작업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강 건너편 하중도에 더 멋진 모래톱이 만들어져 있기에 아마도 흑두루미가 내려앉는다면 그 모래톱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자연스레 생겨난 넓은 모래톱을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달성습지 전체를 국가습지로 지정해 길이길이 보전해도 모자랄 판에 달성습지란 세계적 습지의 생태계를 망치려는 토건 '삽질'을 기획하는 대구시의 반생태적이고도 빈약한 철학에 실망감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대구시가 작성한 이 습지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문제의 사업 구간은 달성습지 영역에 포함된다.
ⓒ 대구시
   
게다가 대구시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습지보전기본계획안을 보면 달성습지를 디아크와 금호대교 앞까지 구획해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안을 토대로 했을 때 대구시는 달성습지 안에서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이라는 토건 '삽질'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설사 달성습지 경계 밖이라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달성습지와 인접한 구간에 화려한 조명과 분수까지 설치하면 달성습지 생태계에 치명적 교란이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달성습지라는 세계적 습지를 간직하고도 그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질 않습니다. 세계적인 습지를 하나의 싸구려 관광 상품화하려는 기획에서 대구시의 빈곤한 철학이 읽히는 건 저뿐인까요?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요? 대구시는 정녕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요?

'시민이용 중심'이 아닌, '자연생태 중심'의 금호강 달성습지로

여기서 대구시는 전남의 천학의 도시 순천시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순천만이라는 자연습지 잘 보전하고 흑두루미라는 상징적 생명을 통한 생태교육과 관광, 그와 같은 생태적 온전성으로 국제적인 생태관광의 모델을 만든 순천이라는 도시를 좀 보고 배우라는 말입니다. 더 잘할 자신이 없으면 그대로 따라 해도 됩니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이 말하는 것처럼 '시민이용 중심'의 금호강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자연생태 중심'의 금호강으로 전환시키는 생태적 각성을 시급히 해야 합니다. 강은 인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렇게 돼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달성습지 전경. 이곳은 바로 야생의 영역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달성습지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삵의 당당한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실 금호강(대구구간)은 산업화의 아픔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곳이기도 합니다. 대구가 내다버린 자식과도 같은 금호강이 우여곡절 끝에 무수한 친구들과 함께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그곳에는 13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과 141종의 야생생물들(금호강에 현재 살고 있는 포유류, 조류, 어류의 총합, 2022년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생태조사와 제3차 전국자연환경조사 결과)이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호강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공간입니다.

특히 마실 물이 있는 도시의 하천은 야생생물들이 인간의 개발 행위를 피해 숨어들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공간입니다. 야생의 친구들이 인간개발을 피해 겨우 숨어든 그 마지막 공간마저 개발하겠다는 것은 그들의 마지막 영토마저 내어놓으라는 것과 같으며 인간의 지나친 욕심입니다. 

정녕 교량이 필요하다면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제안한 것처럼, 금호강을 따라 1km 상류에 있는 강창교 아래에 잠수교를 놓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연결해주면 될 일입니다. 그렇게 하면 1/10 정도의 예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토목업자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관련 기사 : 홍준표 시장님, 300억 들이는 교량 사업, 예산 확 줄여드리겠습니다).
 
 달성습지만큼은 생태계를 온전히 보전하야 한다. 시민이용 중심이 아닌, 자연생태 중심의 금호강이 되어야 금호강의 뭇생명들과 우리가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따라서 '시민이용 중심'의 금호강 르네상스는 틀렸습니다. 대구시는 '자연생태 중심'의 금호강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것이 산업화 시절 금호강을 버린 전력이 있는 대구시가 취해야 할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생태관광의 메카 금호강 달성습지'가 대구의 미래 전략이 돼야 합니다. 달성습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생태적 자산과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대구시의 생태적 각성과 실사구시적 대구 미래 전략 수립을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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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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