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가려면 300달러 필요” 가자 북부 주민들 ‘발 동동’

송태화 2023. 10. 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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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연일 수위 높은 대피령을 내리며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로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피 경고에도 가자지구 북부의 많은 민간인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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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인당 3달러였던 통행료가
한 가족 이동하려면 300달러 필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22일(현지시간) 피란처로 지정된 남부 도시 칸 유니스의 유엔 학교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연일 수위 높은 대피령을 내리며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로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동 수단과 연료가 없고 지구 내 주요 도로들이 파괴돼 통행로가 확보되지 않았다. 공습당할 위험까지 있어서 전쟁 이전보다 수십 배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피 경고에도 가자지구 북부의 많은 민간인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 사는 아마니 아부 오데는 “한 가족이 남쪽으로 가려면 200~300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전쟁 전에는 한 사람당 3달러면 충분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장 한 끼 해결할 돈도 없는데 떠날 돈이 있겠느냐”며 “온 가족이 집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절망했다.

이스라엘군 지상 침공 시기를 조율하며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북부 주민들에게 피란을 종용하고 있다. 지구 내 진입 시 병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북부 가자시티 등 포위 지역을 중심으로 공습도 강화했다. 가자시티 주거지역 3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남쪽 피란길이 안전하지 않다는 의구심도 상당하다. 남부 칸 유니스와 라파 등에서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의 공무원인 야세르 샤반은 “가족과 함께 일주일 전 칸 유니스로 대피했지만 우리가 있던 건물에 공습이 가해져 두 딸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피란처도 지목된 남부 지역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가자시티로 돌아왔다. 샤반은 “남쪽에는 아는 사람도, 갈 곳도 없다”며 “우리는 결국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좌절했다.

가자지구 북부지역의 인구 약 11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지만 노약자와 임산부, 영유아와 환자 등은 떠나지 못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구 내에서 최소 4385명이 사망했다 밝혔다. 부상자는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가자지구 주민 약 23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난민이 된 것으로 추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가자지구 민간인을 지원하기 위해 서방 동맹국들과 정상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통화를 소집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 방문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식량, 의약품과 다른 인도주의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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