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할로윈, 그리고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전국 분위기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은 주말을 끼고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인파가 가득했습니다. '핼러윈 하면 이태원'이라는 명제가 당연할 만큼, 이태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크게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지역이었습니다. 그 세월이 쌓은 건 사실 신뢰가 아닌 안전불감증이었습니다.
159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는 여전히 해결된 것도 책임 지는 사람도 없는 듯하지만, 1년은 또 지났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북적북적한 핼러윈 파티를 하고 싶은 사람도, 아직 차마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참사 1주기 만큼은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지내자는 움직임이 더 많은 듯하군요.
우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은 작년 만큼 사람이 몰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파 관리를 위해 이태원역 세계음식문화거리 이면도로에 경찰 안내 방송 차량과 소방서 구급 차량 각 1대를 사전 배치한다고 해요. 긴급차량 통행을 위한 비상도로도 미리 뚫어 놓고요.
이에 서울 핼러윈 축제 인파를 양분했던 홍대로 사람이 쏠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어요. 실제로 홍대 클럽 등에선 핼러윈 겨냥 이벤트를 진행 중이고, 인근 숙소는 일찌감치 만실 상태입니다. 경찰과 지자체는 벌써 긴장한 모습인데요. 특히 마포구청은 27일부터 31일까지 축제 자제를 요청하는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미 거리에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할로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두었고요.
어찌됐든 인파가 형성되는 걸 피하기는 어려울 듯한데요.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 기간부터 인파감지형 CCTV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1제곱미터 당 얼만큼의 인원이 있는지를 자동 체크하는 '피플 카운팅' 체제인데요. 이를 통해 인파 밀집도를 주의-경계-심각 3단계로 감지하는 거예요.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관할구청 및 재난안전상황실로 전송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목'으로 여겨졌던 핼러윈이지만 유통 및 외식·숙박업계, 게임업계까지 올해는 조용히 보내려는 분위기네요. 우선 대형마트 3사는 핼러윈 상품을 일부 판매하지만 이벤트는 벌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편의점 4사와 2대 테마파크 역시 핼러윈 마케팅을 피합니다. 매년 핼러윈을 맞아 한정 아이템 및 이벤트 등의 업데이트를 했던 게임업계도 올해는 쉬어가는 모습입니다.
옆 나라 일본도 핼러윈 데이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운집하는데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도쿄 시부야구는 9월부터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핼러윈이 목적이라면 시부야에 오지 않길 바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 장소가 아니다'라는 표어가 적힌 구조물도 지역 중심에 설치해 뒀고요. 구는 핼러윈 당일 등에 시부야역 근처 편의점 등 상점에서 주류 판매 금지까지 요청해 뒀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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