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첫 고비 넘은 셀트리온그룹…서정진 "주식매수청구 다 받을 것"
양사 주총에서 모두 합병 가결
'1兆 한도'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관건
서정진 강행돌파 의지
"1조 넘어도 무조건 받을 것"
셀트리온그룹의 염원인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1차 관문을 넘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차 관문인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해서는 "모든 청구권 행사를 소화해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 안건을 통과시켰다. 합병은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두 회사 모두 주총에서 해당 안건의 가결에 성공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28일이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자문사 한국ESG기준원 등이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합병 안건 자체는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대로 진행됐다. 또한 소액주주들도 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합병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전광판 광고를 내거는가 하면 지속적인 추가 매수 운동을 벌이는 등 합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날 주총장에도 소액주주들이 보낸 축하화환이 눈에 띄기도 했다.
'1조 한도' 주식매수 청구권…서정진 "합병 무조건 관철"
문제는 앞으로다. 합병 안건 자체는 무난히 통과됐지만 반대 의사 비율이 상당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상당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다. 반대 주주 중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0일까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이날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가는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이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이 설정한 매수 한도는 총 1조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양사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666억원, 2097억원이다. 부족한 매수 대금은 금융회사 차입 등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인 만큼 1조원 기준으로도 2237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설정 한도를 넘어선다면 회사 재무구조에 상당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앞서 서 회장은 "1조원이 넘는 반대매수청구가 있으면 전체 주주의 뜻이 합병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며 "1조원 이상 됐을 때는 합병의 허들이 될 수 있으니 주주들이 현명히 판단해달라"고 매수 한도를 넘어설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고도 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셀트리온 그룹이 제시한 1조원을 초과할 경우 이사회를 열어 합병에 대해 재고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종 합병 여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 회장은 이날 주총에 앞서 모두발언에서는 "뭐가 있던 다 뚫고 나가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인 1조원 이상이 나와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며 "(자신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전했다. 1조원을 넘는 행사가 들어오더라도 이를 어떻게든 모두 소화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를 밑돌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이날 시가 기준 각 회사 주가는 셀트리온 14만60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5000원으로 합병이 공시된 지난 8월 중순 이후로 두 주식 모두 한번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 지분 7.43%를 보유한 셀트리온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이날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이유로 합병 건에 대한 기권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주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대 의사를 밝힌 주식이 모두 주식매수청구로 직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주식매수청구기간에 다시 주가가 청구가격을 뛰어넘는다면 청구 규모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보유 주식 1087만7643주 전체에 대한 청구권 행사를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청구 행사가와 실제 주가 간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합병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2030년 연 매출 12조' 목표…선봉장 '짐펜트라' 미국 승인
이날 소식이 전해진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명)'의 미국 신약 승인은 괴리 해소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정한 허가 통보 시한은 오는 28일이지만 1주일가량 시일을 당겨 지난 20일 허가를 결정했다. 이날 아침 일찍 승인 소식이 전해지며 셀트리온 주가가 장중 한때 3.94% 치솟기도 했다.
짐펜트라는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약으로 인플릭시맙 성분 의약품 중 유일한 SC 제형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FDA에서 먼저 셀트리온 측에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의 승인 신청을 권유해 신약 승인이 이뤄졌다.
특히 내년 미국 6000억원, 유럽 2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서 회장이 이날 "미국 시장에서 3년 안에 3조원 이상은 팔 수 있는 제품"이라고 언급하는 등 블록버스터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합병에는 램시마SC의 미국 품목허가가 핵심이 될 전망"이라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에 짐펜트라의 미국 승인 발표가 예정돼 있어 직판 기대감이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고, 셀트리온도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상향할 여유 자금이 있다"며 "합병은 성사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풀이했다.
송도=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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