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다음]②사면초가 김범수, '계륵' 다음 매각하나
2014년 다음-카카오 합병 후 9년만
경영 리스크, 정치적 부담 가중
다음 매각 수순 전망
사면초가에 몰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륵'으로 전락한 다음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한다. 시장에선 이미 매각으로 기울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떼어낼 때 이미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위기의 김범수, 다음 서비스로 정치적 부담만
카카오는 지난 5월 다음을 CIC로 분리했다. 법적으로 카카오 소속이지만 사업 전략, 인사, 재무 등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 다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당시 카카오의 설명이다.
반면 업계에선 CIC 체제 도입을 다음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으로 본다. 언제든 떼어내기 쉽도록 조직을 정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간 카카오의 CIC 사례를 보면 분사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CIC 설립 후 잘 되면 분사시켜 알짜 계열사로 키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카카오는 실적 부진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다.
다음은 이미 카카오에서 계륵 신세다. 카카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다. 주요 서비스가 아니라는 말이다. 앞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털 점유율 방어가 된다면 CIC 전환이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온라인 광고 시장이 하락세라 다음의 부진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포털 운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뉴스 노출 알고리즘이나 댓글 정책은 좌편향 논란에 시달렸다. 선거철마다 포털 독과점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법적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으로 김 센터장의 복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 김 센터장도 23일 금융감독원 에 출석해 조사받는 등 카카오 경영 전반이 사법 리스크에 빠질 위기다.
이미 드러난 매각 조짐
매각 조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서비스 운영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뉴스나 댓글 정책은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당시 다음에서 중국 응원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매크로(반복 자동 수행)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으로 드러났다. 네이버와 달리 다음 스포츠 서비스는 비회원도 참여할 수 있고 클릭 횟수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애초부터 매크로 조작에 취약한 환경으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인력 이탈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카카오와 합병하기 전 1500명을 넘어섰던 다음 인력은 현재 300~40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한 다음 전 직원은 "뉴스 서비스를 비롯해 주요 서비스 인력 상당수가 네이버나 다른 IT 회사로 이동했다"며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없으니 팀 단위로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돌파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황유지 전 다음사업부문장이 다음 CIC 대표를 맡았지만 안팎의 기대는 높지 않다. 황 대표는 2008년 NHN에 입사해 뉴스서비스팀과 이용자경험(UX)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2014년 카카오로 이직해 소셜서비스팀장, UX팀장, 서비스플랫폼실장 등을 맡았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UX 전문가를 다음 대표로 앉힌 것만 봐도 다음의 입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음의 가치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평가한다. 역량이 현저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나 큐텐 등이 다음을 인수한다면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음이 매물로 나온다면 뉴스 노출 플랫폼이 필요한 언론사들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언급했다.
내부 직원들은 매각 가능성에 불안한 분위기다. 한 직원은 "수익모델은 없고 카카오에서도 힘을 실어주지 않아 직원들도 흔들린다"며 "조직 축소에 대한 우려는 계속있었지만 CIC 전환 이후 불안감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을 매각하는 것이 김 창업자에게 또 다른 부담일 수 있지만 CIC 전환을 거치면서 이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카카오는 다음 매각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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