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영끌족 고통', 계속 오르는 금리 [Why&Next]
2년간 코픽스 3%포인트 오르면서 부담 커져
기존 대출자 금리 비중, 연 5%에 몰려
신규 대출 금리는 하락, 기존 대출 금리는 상승
끝이 날 것 같았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았다는 뜻)족'의 고통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하반기부턴 금리 인상 터널에서 벗어날 거란 시장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시기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 8월부터다. 만 2년2개월만에 0.5%였던 기준금리는 3.5%가 됐다. 한은은 지난 19일에도 동결 결정을 내렸다.
신규 영끌족보다 더 큰 부담을 지게 된 건 기존 영끌족들이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내려갔던 2019년~2021년 초, "지금 못 사면 영원히 못산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패닉바잉 대열이 이어졌다. 이때 합류했던 기존 영끌족들은 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에도 해당이 안 되는 사각지대에 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압박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 인하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대상은 신규 대출에 한해서였다.
기존 영끌족 고통이 더 크다
전국은행연합회가 매월 발표하는 '주담대 금리구간별 비중'을 기존대출자에 해당하는 '잔액'과 신규대출자에 해당하는 '신규취급액'으로 나눠보면 알 수 있다. '5% 이상 대출금리 비중'(지난 8월 기준)이 잔액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곳은 NH농협은행(42.4%)이었다. KB국민은행(38.2%)이 그 뒤를 이었다. '기존 대출자 10명 중 약 4명의 주담대 금리가 5% 이상'이란 의미다. 하나은행(35.9%), 우리은행(34.4%), 신한은행(22.2%)이 뒤를 이었다.
신규취급액을 보면 금리 5% 이상은 거의 없었다. 신한은행(5.7%) 정도만 소폭 나타났고, 다른 은행들은 전무했다. 대신 금리 4%대에 집중됐다. 4%이상~5%미만 비중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각각 99.4%)이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98.9%), NH농협은행(95%), 신한은행(94%) 순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금리는 크게 오르면 당국에서 억제해 왔는데, 기존 대출금리는 은행 산업에 미칠 파장이 커서 건드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담대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영끌족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2021년 6월 0.82%였던 코픽스는 올해 10월 3.82%가 됐다. 정확히 3%포인트 차이가 난다. 당시 2%대로 대출받았던 영끌족의 금리가 지금은 5%대로 뛴 것이다.
"작년 9월 레고랜드 사태가 불러온 금리 폭등 여파가 핵폭탄급"이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설이다. 당시 채권시장 금리가 치솟으며 은행채 금리까지 덩달아 뛰어 대출금리를 밀어올렸다. 사태를 진정시키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금융채 발행을 제한했지만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5%까지 올라 수신금리 전쟁이 벌어졌다. 이게 또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 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으나 신규대출에만 해당될 뿐, 기존 영끌족에겐 딴 나라 이야기였다.
'갈아타기'가 유일한 카드지만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의 흐름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주담대 잔액 기준 금리(변동형)는 올해 8월 4.7%였다. 2021년 7월 이후 2년 넘게 쉬지 않고 올랐다. 반면 신규기준 금리는 작년 11월(5.31%) 정점을 찍고, 올해 8월 4.50%로 내려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감소세를 감안했을 때,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조치 혜택을 못 받은 영끌족들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금리가 낮고 주택가격이 높아 영끌족이 급증했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예금은행 주담대는 95조5955억원 증가했다. 반면 2022년부터 현재(2023년 8월)까지는 25조798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존 영끌족들이 쓸 수 있는 금리 인하 카드는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3%대 금리를 내세워 대환대출 수요를 대거 흡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12월 말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이 선보여 금리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가 넘는 차주는 대상에서 빠져 대환대출이 불가능하다.
영끌족의 금리부담이 언제까지 이어질진 미지수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부각되며 금리 급등세가 나타났다"며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 긴축 수준이 강화고, 중동 충돌 리스크가 확산하면 원유 수급여건을 악화시키고 유가를 인상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금리는 상승세가 뚜렷하다. 23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55~7.14%, 고정금리는 4.36~6.69%였다. 이달 4일(변동금리 4.17~7.12%, 고정금리 4.05~6.41%)에 비해 올랐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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