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취업은 끝장"…팔레스타인 지지자 '데스노트' 확산하는 美

방제일 2023. 10. 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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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갈라지는 미국
양측 지지자 겨냥한 혐오 범죄도 확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여파가 미국 내 사회갈등으로까지 번졌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개인을 추적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거꾸로 이스라엘을 지원한 기업이 반대 압박에 직면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 내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억압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유대인 혐오 반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로 세계 여론이 양분되면서 미국에서도 양측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출처=로이터·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반이스라엘 직원(anti-israel-employees)'이라는 웹사이트에 최근 열흘 동안 1만7000여 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비즈니스 전문 SNS인 '링크트인'에 올라온 팔레스타인 지지 글을 모은 것이다. 아마존, 딜로이트, 마이크로소프트, 마스터카드, 매켄지 등 미국 주요 기업과 대학, 외국 스타트업 직원 명단과 프로필 사진과 계정 등이 담겼다.

그러나 해당 웹사이트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기도', '평화를 위한 간청' 등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아닌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동정을 표시한 것도 테러를 지지한 것처럼 식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링크트인의 한 직원은 "사람들이 친팔레스타인 게시물을 긁어 '테러 지지자'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 구글 직원은 링크트인에 이스라엘의 폭격 때문에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동료와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가 자신의 이름이 반이스라엘 직원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발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너의 테러리즘 지지는 감시되고 기록되고 있다. 미래에 새 직장을 찾는 데 행운을 빈다"는 댓글이 달렸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웹사이트에 지목된 일부 개인들은 이미 링크트인 게시물이나 프로필을 삭제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 웹사이트는 치열한 국제 분쟁에 대한 표현을 놓고 광범위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등장했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대학생들을 추적하기 위해 비슷한 목록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하는 목소리 억압 사례 늘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내에서 시민들이 대형 팔레스타인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억압 사례가 늘어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직원 노조를 고소했다. 스타벅스는 상표권 침해 소송을 내면서 노조에 '스타벅스 노동자연합'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또, 2016년 장편소설 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은 22일(현지시간) 오후 8시로 예정됐던 뉴욕 92번가 Y 문화센터(92NY) 간담회가 취소됐다. 그는 로 유명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와 최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다.

응우옌은 92NY가 최근 자신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간담회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해당 서한은 지난 18일 영국의 유명 서평지 ‘런던리뷰오브북스(LRB)’에 실린 것으로, 작가들 750명 이상이 서명했다. 서한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고 NYT는 전했다.

92NY는 21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항상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초청해온 유대인 기관"이라며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잔인하게 공격하고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인질을 계속 억류하는 행위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완전히 황폐화했다. 이스라엘과 이 순간에 대한 초청 작가의 공개적 발언을 고려할 때, 우리는 행사를 연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조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CBS 방송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SNS에 반유대주의적 발언이 집중 조사에 직면했고, 온라인 게시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티그룹은 지난주 SNS에 반유대주의 성향의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다.

거꾸로 이스라엘을 공개 지지하는 성명을 낸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압박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WP는 아마존과 메타, 구글 등 이스라엘과 사업을 많이 하고, 현지 직원을 고용해 온 IT기업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구글 직원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이스라엘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만 내고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에 실망을 드러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스라엘 지지' 美 여론,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여론이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미국 전역의 성인 1천409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여론 확산 분위기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미국 정부가 중동 분쟁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42%가 이스라엘을 선택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전에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에 불과했다. 반면 누구 편도 들어선 안 된다는 중립적인 의견은 60%대에서 52%로 급감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3%로 감소했다. WSJ은 이번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2002년 이후 이스라엘 지지 여론이 최고 수준에 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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