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살 하이트진로의 성장통…해외로 간다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공장 건립 추진
현지화 통한 소주 세계시장 공략 가속화
하이트진로가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첫 해외 생산 공장 건설 카드를 꺼내들며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소주사업이 소비 감소와 원가 부담에 성장성의 한계를 뚜렷이 드러내면서 현지화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일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해외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키우고 가정채널 침투력을 강화해 국내시장의 부진 만회는 물론 ‘소주 세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위축에 주정 값 인상까지…휘청이는 국내 소주 사업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6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8억원으로 4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제조 원가 상승에 올 상반기 선보인 신제품 맥주 ‘켈리’의 마케팅 비용 증가가 더해지면 이익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맥주 사업의 경우 켈리의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부담이 여전하지만 3분기를 정점으로 마케팅 비용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며 매출 성장 추이 역시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소주 사업은 전반적인 국내 시장 위축과 경쟁 심화로 판매 수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월 주정 가격을 역대 최대 수준인 평균 9.8% 인상했고,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도 지난 2월부터 공병 가격을 180원에서 220원으로 약 22% 인상했다.
주정 가격 인상 여파로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가격 인상도 여의치는 않다. 소주업계는 통상 주정 가격이 인상된 후 1~2개월 간격을 두고 가격을 인상해왔지만 올해는 정부가 물가 안정 협조 요청에 인상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주정 가격이 인상되면서 분기마다 70억원 내외의 추가 원가 부담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에 첫 해외공장…"소주 세계화"국내 시장의 정체와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해외 시장을 향한 하이트진로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6일 싱가포르 법인이 베트남 소주 생산 공장 건립을 위해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 사업자와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해외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소주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달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고, 싱가포르 법인은 첫 사업으로 베트남에 소주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하이트진로는 해외 소주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원가 경쟁력을 위해 이번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소주의 성장을 가속화하려면 현지화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타이빈성은 베트남에서도 최저 수준의 인건비, 베트남 평균 대비 30%가량 저렴한 임대료, 토지 이용세 면제 등 다양한 투자 매력이 있는 지역이란 점에서 생산기지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수출액을 연평균 10%,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 늘리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정체된 국내시장과 다르게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은 2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늘었다. 과일소주를 포함한 기타제재주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서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한 413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수출액이 늘면서 국내 소주 수출액 중 하이트진로의 비중도 2021년 54%, 지난해 58%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반면 국내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둔화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국내 소주 매출액은 1조2484억원으로 직전 해 코로나19로 인한 낮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14.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 역시 상반기 국내 소주 매출액이 6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23억원)보다 소폭 감소했고, 기타제재주는 102억원에서 83억원으로 18.6%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여기에 1위 사업자로서 높은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를 앞세운 롯데칠성음료의 추격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링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국내 소매시장 소주시장 매출액은 7008억원으로 시장점유율 59.6%를 기록했고, 롯데칠성이 점유율 17.6%(2071억원)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마냥 웃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줄며 점유율도 62.0%에서 2.4%포인트 뒷걸음질 친 반면 롯데칠성은 매출이 11.4% 늘며 점유율 역시 14.7%에서 2.9%포인트 끌어올렸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작년 9월 출시된 새로는 출시 7개월 만인 올해 4월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누적 판매액 1000억원도 돌파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베트남 공장 건립을 통해 가정채널 공략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인 음용률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동남아와 중화권을 중심으로 ‘진로’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으로 공격적인 가정채널 입점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가정시장이 유흥시장보다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가정시장 입점에 주력한 것이 판매 증가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접근성 확대를 통해 현지인 음용 비율도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까지 90%까지 끌어올려 소주 세계화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16년 31% 수준에 불과했던 현지인 구매 비율은 2021년 기준 약 78%로 대폭 상승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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