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 승률 선점' NC, '대타' 김성욱이 해냈다

양형석 2023. 10. 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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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2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대타 결승 투런포 작렬, NC 4-3 승리

[양형석 기자]

 22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8회 초 1사 1루 상황 NC 김성욱이 투런홈런을 친 뒤 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2023.10.22
ⓒ 연합뉴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NC가 적지에서 먼저 승리를 챙겼다.

강인권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2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4-3으로 승리했다. 역대 32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는 28회에 달했다. 물론 한 번의 승리로 마음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NC로서는 무려 87.5%에 달하는 높은 확률을 선점한 셈이다.

NC는 신민혁이 5.2이닝 4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다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김영규가 1.1이닝 무실점으로 1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타선에서는 박민우가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서호철도 멀티히트와 함께 9회 쐐기 타점을 터트렸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본 야구팬이라면 이날 NC의 영웅이 누구였지는 금방 알 수 있다. 8회 대타로 나와 결승 투런홈런을 작렬한 김성욱이 그 주인공이다.

박건우-손아섭 영입으로 좁아진 입지

프로 스포츠에서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라는 은어가 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영입을 노리던 선수가 갑자기 다른 팀으로 행선지를 바꾸거나 잔류를 믿었던 팀의 간판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날 경우, 충격을 받은 구단이 갑자기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경우를 뜻한다. '패닉 바잉'은 오랜 계획에 의한 영입이 아닌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지션이 겹치거나 오버페이를 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1년 겨울 팀의 창단 멤버였던 나성범(KIA 타이거즈)이 고향팀으로 떠나자 NC는 '패닉 바잉'이 의심되는 영입을 단행했다. 2021년 12월 FA 외야수 박건우와 손아섭을 각각 6년 총액 100억 원과 4년 총액 64억 원에 영입한 것이다. 물론 박건우와 손아섭이 리그 정상급 외야수인 것은 분명했지만 이명기(한화 이글스), 권희동에 외국인 선수까지 있는 NC에서 굳이 올스타 외야수 2명을 동시에 영입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박건우와 손아섭이 동시에 입단하면서 NC의 외야는 박건우-손아섭-외국인 선수로 교통정리가 됐고 권희동이 팀의 4번째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리고 두 올스타 외야수의 영입으로 인해 가장 손해를 입은 선수는 NC의 또 다른 창단멤버였던 김성욱이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32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김성욱은 강한 어깨와 빠른 발, 장타력을 겸비한 '5툴 외야수'로 김경문 초대감독으로부터 차세대 간판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김성욱은 2015년 125경기에 출전하며 풀타임 1군 선수로 자리 잡았고 NC가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16년에는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265 15홈런51타점 60득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NC팬들은 훗날 이호준(LG트윈스 타격코치)과 박석민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전성기가 끝나거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면 김성욱이 NC의 중심타선 한 자리를 차지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기대보다 성장이 더뎠던 김성욱은 2019년부터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명기와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태진(키움 히어로즈) 등에 밀려 팀 내 입지가 점점 줄어 들었다. 급기야 NC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0년엔 외국인 선수 애런 알테어에게 주전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외야 세 자리를 돌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김성욱은 2020년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221 43안타 8홈런 26타점 32득점으로 1군 선수로 도약한 후 가장 실망스런 성적을 올렸다.

한 번의 스윙으로 보여준 김성욱의 존재감

2020 시즌이 끝나고 상무 야구단에 입대한 김성욱은 2021년 퓨처스리그에서 6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5 3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팀 동료였던 서호철이 타율 .388, 오영수가 타율 .33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가장 화려한 1군 경력을 자랑하던 김성욱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만족하기 힘들었다. 급기야 작년 시즌에는 단 5경기 만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면서 상무에서의 커리어를 일찍 마감하고 전역 후 팀에 합류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했을 때 NC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김성욱이 군복무를 하던 2년 동안 NC의 팀 성적은 7위,6위로 부진했지만 박건우와 손아섭이 가세한 외야는 나성범이 있던 시절보다 더욱 강해졌다. 설상가상으로 NC는 외국인 선수로 외야수 제이슨 마틴과 계약했고 퓨처스 FA를 통해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38를 기록했던 한석현까지 영입하면서 외야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김성욱은 올 시즌 정규리그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223 6홈런 16타점 28득점을 기록했다. 김성욱이 1군에서 100경기도 채 출전하지 못한 것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무려 9년 만이었다. 사실 NC는 박건우와 손아섭, 마틴, 권희동이 외야 세 자리와 지명타자를 소화했고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3위 경쟁을 했기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김성욱에게 충분한 출전 기회를 줄 여유가 없었다.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7회 대주자로 출전해 1볼넷1도루2득점을 기록한 김성욱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경기는 7회까지 지루한 0의 균형이 이어졌고 강인권 감독은 8회초 1사 1루에서 오영수의 타석에 김성욱을 대타로 내보냈다. 그리고 김성욱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SSG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결승 투런홈런을 터트렸다.

김성욱은 단 하나의 스윙으로 1차전 NC의 영웅으로 등극했지만 김성욱이 2차전에서 곧바로 주전으로 출전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NC의 외야와 지명타자를 맡고 있는 손아섭과 박건우, 마틴, 권희동은 현재 NC에서 부동의 1, 3, 4, 5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C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통해 김성욱이라는 확실한 우타 대타자원을 얻게 됐다. NC가 남은 시리즈를 더욱 자신감 있게 치를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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