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장민석 작가, 능숙한 변주로 더하는 대중성 [작가 리와인드(99)]

장수정 2023. 10. 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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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형제’부터 드라마 ‘동네의 영웅’까지.
장르적 쾌감 뒤 느껴지는 따뜻한 여운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영화 ‘청풍명월’(2003)부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의형제’(2010), ‘전설의 주먹’(2013), 드라마 ‘동네의 영웅’(2016)까지. 장민석 작가는 드라마 ‘동네의 영웅’을 집필하기 전까지 영화계에서 굵직한 작품들을 써 내려가며 대중들을 만났다. 무협 영화부터 멜로, 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장르 본연의 매력을 정석대로 전하기보다는, 약간의 변주를 가해 색다른 흥미를 선사하는 것이 장 작가의 장점이기도 했다.

ⓒ디즈니 플러스

현재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 중인 ‘최악의 악’ 또한 정통 누아르를 표방하되, 삼각 멜로 등을 가미해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르고 있다.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로, 지난 9월부터 공개 중이다.

◆ 사극에 무협 한 스푼, 누아르에 첨가한 멜로의 맛…장민석 작가의 장르 변주

인조반정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청풍명월’은 역사적 사실과 무인양성소 ‘청풍명월’이라는 허구적 배경을 결합한 작품이었다. 반정의 희생자를 위한 복수에 나선 자객 지환(최민수 분), 반정의 공신으로, 자객 처단 임무를 맡게 된 무장 지엽(조재현 분). 두 검객의 엇갈린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관계를 원동력 삼는 동시에 두 검객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 현실과 의리 사이, 진정한 가치를 그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청풍명월’만의 섬세한 액션을 탄생시킨 장 작가였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우리들의 행복한 소설’ 이후, 영화 ‘의형제’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은 이유 역시 흥미로운 장르 변주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총격전으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던 두 남북 요원이 이후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고, 서로를 향한 의심 속 의리가 싹트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파면 당한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 분)의 흥신소 일을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 분)이 돕게 되는데, 두 사람은 물론 관객들까지도 서로에게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위기의 순간을 함께 넘기면서 긴장감과 감동이 동시에 유발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첩보 영화의 긴장감 위에, ‘의형제’만의 뭉클한 정서를 덧입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 ‘의형제’의 흥행 비결이었던 셈이다.

장 작가의 드라마 ‘동네의 영웅’ 또한 마찬가지다. 억울한 후배 죽음의 비밀을 풀려는 전직 정보국 요원이 사건을 추리하는 범죄 스릴러의 매력을 담는 한편, 가난한 취업 준비생, 그리고 생계형 부패 경찰이 이 일에 가담하게 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생성됐던 것. 이를 통해 우리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영웅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동네의 영웅’만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묵직한 분위기의 스릴러로 반가움을 자아낸 ‘최악의 악’ 또한 젊은 층도 환호할 만한 삼각 멜로를 가미해 ‘알고 보니 멜로 맛집’이라는 평을 끌어냈다. 다소 뻔한 언더커버물처럼 느껴지는 ‘최악의 악’이지만 준모와 아내 의정(임세미 분), 그리고 의정이 첫사랑이었던 범죄 조직의 보스 기철(위하준 분) 등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 피어나는 흥미가 있다.

의심과 거짓, 여기에 사랑의 향방까지. 여러 요소들을 결합해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선사, 복합장르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장 작가다. 그리고 이것이 후반부 어떤 더 큰 여운을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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