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보편적 이동권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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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이 인류에게 이롭다고 할 수 있는 건 한계나 제약을 극복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좀 더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됐고, 나라와 나라 혹은 서로 다른 대륙을 보다 빠르게 옮겨 다닐 수 있게 하면서 국제화의 일등 공신이 됐다.
과거에는 이동수단의 수요처와 공급처를 연계해줄 수단이 마땅치 않았는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실시간 연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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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이 인류에게 이롭다고 할 수 있는 건 한계나 제약을 극복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0세기 공학적 성과의 순위를 매겼을 때 꽤 상위권에 자리 잡는 건 자동차나 비행기다. 미국 공학아카데미가 지난 세기 막바지였던 2000년 내놓은 차트에서 각각 2위, 3위다. 이전까지 이동하는 데 짊어져야 했던 굴레를 벗어나게 해줬다. 좀 더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됐고, 나라와 나라 혹은 서로 다른 대륙을 보다 빠르게 옮겨 다닐 수 있게 하면서 국제화의 일등 공신이 됐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부상한 고속도로도 앞서 언급한 공학적 성과 순위에서 14위에 올라있다. 길이라는 게 인류의 태초부터 있었을 테고, 고대 로마 시대의 도로는 현대 도로의 원형으로 쳐준다. 그럼에도 고속도로는 자동차의 발명, 산업화의 진전과 맞물려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상위 20선 가운데 세 가지가 이동과 직접 얽혀 있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회사 비전을 ‘인류를 위한 진보’라고 내건 것도 과거 정주영 선대 회장이 고속도를 닦고 국산차 개발을 독려하면서 이동권을 끌어올리는 데 힘썼다는 점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공학 기술 덕에 이동권이 신장했다는 건 얼추 맞는 얘기일 테다. 다만 인류라고 뭉뚱그렸을 때 얘기일 뿐, 특정 집단이나 개개인 모두의 보편적 이동권이 실현된 것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다. 먼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이다. 장애인 단체의 과격한 집단행동에 관한 가치판단은 저마다 다르겠으나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타거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수없이 많은 제약을 받는 건 사실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이동하는 데 장애로 작용한다.
여기에 인구가 줄고 늙어가면서 대중교통이 줄어드는 지방, 반대로 과도한 인구집중에도 비용 등의 이유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도심도 넓게 보면 이동권이 침해받는 현장이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이동기본권을 둘러싼 논의가 조성될 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이동수단의 수요처와 공급처를 연계해줄 수단이 마땅치 않았는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실시간 연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 이른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동수단은 본디 그 자체로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다. 과거 서로 다른 이동수단이 분절된 형태였다면, 기술 발달로 서로 연계해 이용자 편의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집 밖을 나서 원하는 곳에 들렀다 다시 귀가하는 전체 동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최적화한 이동수단을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걸 마스의 궁극적 형태로 본다. 이용자의 장애 유무는 물론 길이 없다거나 이용자가 특정 시간에 쏠리는 상황은 문제 되지 않는다. 이동기본권이 진정으로 구현되는 단계인 셈이다. 여기에 차량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혹은 무인주행 기술까지 얹는다면 이러한 마스 시스템은 보다 세련된 형태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지난 19일 모빌리티혁신법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가장 먼저 첨단기술이 규제 때문에 묵히는 일이 없도록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아직은 의심의 눈초리가 앞선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대표적인 규제부처였던 터라 기업의 기술개발을 독려할 수 있겠냐는 논리다. 교통체계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자칫 이동권을 외면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진 않을까 우려한다. 국토교통부가 첫 단추를 어떻게 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산업IT부 차장 최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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