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우리가 망가뜨린 지구, 우리는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손실…지구 환경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 시대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가 7월 중순까지의 온도가 역대 최고라는 관측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죠. 하와이 산불, 남유럽 폭염, 우리나라의 태풍 ‘카눈’ 피해 등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고통받고 있어요. 인류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기후 위기 시대,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을 찾아 기후·환경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를 다시 한번 체크하며, 미래를 위해 기후 변화에 더 관심을 모으고, 행동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1940년 시작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0.52도 높았다고 밝혔어요. 산업화 이전인 1850년부터 1900년까지의 평균과 비교하면 1.4도 높죠. 이전까지 2020년과 2016년이 산업화 이전 대비 1.25도 높아 가장 더운 해로 꼽혔지만, 이를 훌쩍 넘은 셈이에요. 올여름 세계 평균기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는데요. 6∼8월 평균 기온은 16.77도로, 종전 최고치인 2019년(16.48도)보다 0.29도 높았죠. 9월의 전 세계 기온도 7월 평균 기온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때문에 9월 남극 해빙 면적은 평균보다 9% 낮아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북극 해빙 면적은 평균보다 18% 낮게 나타났죠.
홍수·가뭄·폭염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매년 늘고 있고, 점차 일상화되는 추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작년 한 해 가뭄으로 숨진 사람이 소말리아에서만 4만30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5세 이하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죠. 2016∼2021년 홍수·폭풍·가뭄·산불로 인해 전 세계 아동 43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고 하니 6년간 매일 2만 명씩 아동 피난민이 발생한 셈입니다. 폭염과 건조한 날씨는 산불을 부르죠. 5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남한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지역을 불태웠고, 8월 초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은 섬 중심가 80%를 불태웠죠. 알래스카의 빙하가 녹아 홍수가 나고, 사하라사막에 눈이 내리는 건 모두 기후 변화가 원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4월 이상저온과 서리, 7월 집중호우에 이어 8월에는 태풍 ‘카눈’이 닥치며 전 국민이 두려움에 떨었고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하고 있죠.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이 2023년 한국 환경위기시각을 9시 28분으로 발표했는데요. 세계 환경위기시각은 올해 지난해보다 4분 빠른 9시 31분을 기록했죠. 환경위기시각은 지역과 국가별로 시급하게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환경 분야 데이터를 가중 평균해 산출되며 시각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 환경위기시각과 한국 환경위기시각 모두 ‘매우 위험’을 뜻하는 9시를 넘긴 것이 포인트고, 환경 분야별 시급한 문제로 기후 변화가 첫 번째로 꼽혔죠.
사람들의 위기의식도 커지며 국내 아동·청소년 10명 중 7명은 한국의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굿네이버스가 지난 7월 전국 만 7~18세 아동·청소년 441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기후 위기 대응 활동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78%는 우리나라의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69%는 기후 위기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죠. 설문 참여자의 절반 이상은 기후 위기가 아동의 다양한 권리를 침해하며(51.7%), 침해되는 권리로는 건강권(79.4%), 생명권(74.1%), 생존권과 발달권(61.8%), 놀 권리(46.9%)의 순으로 응답했어요(중복 포함).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에 가다
지구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전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고,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으며, 울창했던 숲은 공장·농장이 됐죠. 우리의 잘못된 행동으로 자연은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우리는 자연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회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대규모 생물 다양성 손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Our Broken Planet: How we got here and ways to fix it)’을 방문했어요.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총 8000만 점의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2021년 5월 21일부터 약 1년간 진행된 기후변화체험전 ‘Our Broken Planet: How we got here and ways to fix it’은 45억 년의 자연사와 첨단 과학을 융합한 기후 위기 특화 전시로 총 150만 명의 관람객이 관람해 화제를 모았죠. 이번 전시는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런던자연사박물관 오리지널 기획 전시로 환경문제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등 34개 세부 콘텐트에 담아냈어요.
전시관에 입장하는 순간 기후 변화로 메말라가는 숲과 황폐해진 자연, 점점 텅 비어져 가는 지구를 표현한 전시물을 볼 수 있었어요. 온난화로 인해 백화된 지구를 표현했는데, 특유의 향기와 소리까지 시각·청각·후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었죠. 이어 ‘과연 박쥐에게서 시작되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에게서 시작되었으리라고 추정한다고 해요. 우리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그들의 서식지 또한 파괴했죠. 그 과정에서 많은 질병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로 옮겨졌습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또 다른 팬데믹이 닥쳐올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죠.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치료 백신을 만들 때 매우 중요한 투구게 전시물 앞에서 김혜진 도슨트가 “사람의 피는 빨간색인데 투구게의 피는 파란색이에요. 투구게 피를 채집해 LAL이라는 화학 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통해 백신이 치명적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밝혀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신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LAL 성분은 오로지 투구게에게서만 추출할 수 있는데요. 연구 목적이지만 투구게의 생존을 위협할 수밖에 없어 일부 제약회사들은 대체 가능한 약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요. 본격적인 콘텐트가 시작되는 Zone1은 ‘먹기 위해 망가뜨리다’로 생존 위기에 처한 생물 현황을 보여줍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인간의 식량 생산 활동은 지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죠. 우리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다양한 식단을 활용하지만, 그런 식단이 지구 환경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고기를 섭취하려는 열망으로 인류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가축을 사육해 왔습니다. 사육을 좀 더 쉽게 하려고 야생동물의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기도 했죠. 예를 들어 현재 인간은 약 15억 마리의 소를 사육하며 1년에 3억 마리의 소를 먹어요. 이 소들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9%를 배출하는데, 이는 소 사육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늘어나는 걸 의미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우리가 맛있게 먹는 가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죠. 소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오록스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수렵으로 400년 전에 멸종했는데요. 오록스의 두개골과 소의 두개골을 비교해 봤죠. “오록스는 뿔이 큰데 지금의 소는 아주 작죠. 이빨도 작아진 거 같고요. 사육되는 소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싸울 일이 없어 자연적으로 뿔이 사라진 거라고 해요. 사람들이 주는 밥을 먹고 초식을 하게 되면서 날카로운 이빨도 필요 없게 된 겁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과자 등 여러 제조 분야에서 쓰이는 재료로 팜유가 있어요. 2000년 이후 팜유 소비량은 거의 세 배 이상 급증했는데,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큰 나비인 퀸알렉산드라비단제비나비가 엄청난 위협을 받게 됐죠. 이 거대한 나비는 파푸아뉴기니의 숲에서만 서식하면서 쥐방울덩굴이라는 식물에만 알을 낳는데, 팜유 재배지를 확장하느라 나무들을 벌목하면서 쥐방울덩굴과 그에 의존해 살아가는 나비까지 사라지는 중이죠.
최근 개체수가 점점 감소해 큰 문제가 되는 꿀벌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어요. 꽃가루 매개 곤충인 꿀벌은 과실나무의 꽃가루 수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꿀벌이 줄어드는 건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죠. 런던자연사박물관 과학자인 조셉 몽크스는 ‘정원을 가꾸거나 창문 앞 작은 화분에 야생 꽃을 심어놓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꿀벌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고 전했죠. “등검은말벌과 장수말벌도 보이죠. 말벌은 꿀벌을 위협하는 존재인데,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점점 더 수가 늘어 심각한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탄소는 무엇이고, 어째서 중요하며, 왜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체험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Zone2 ‘팔기 위해 망가뜨리다’ 섹션에서 먼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새둥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새들이 플라스틱 끈을 지푸라기 등 자연 속 재료인 줄 알고 가지고 오는데 이 끈에 새끼 새들이 자주 얽혀 위험해요.” 매년 약 1만 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들이 상아 때문에 도살되며, 현대사회의 인공조명 때문에 나방이나 하루살이들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죠. 물왕도마뱀을 텀블러에 넣고, 인도별육지거북이를 반찬통에 넣는 등 국내로 밀반입되는 야생동물 얘기도 충격적이었죠.
벽면 스크린에서는 대왕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고래의 귓속에는 오랜 시간 쌓인 귀지가 있는데, 그 귀지를 분석해 해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오염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죠. 전시장 중간에는 일회용 빨대를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링 아트도 만날 수 있었어요. 바닥에 흩뿌려진 빨대 조각들이 다시 뭉쳐져 새로운 형상이 되는 과정은 마치 씨앗의 결정체들이 응집되어 피어나는 모습을 연상시키죠.
이어 기후 변화에서부터 미세 플라스틱 공해까지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패션 산업을 살펴봤어요. 면사를 수확해서 섬유 공장으로 보내 면을 만드는 내용을 보여주는데 이를 위해 노동력을 착취해야 했고, 해로운 농약을 사용했으며, 세탁할 때도 많은 양의 물을 썼다고 해요. “패스트 패션은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제작되어 빠르게 유통되는 패션을 뜻하는데요. 그만큼 오염도 심하죠. 다들 새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데, 환경을 고려했을 때는 새로 사 입기보다 있는 옷을 더 아껴 입으면 좋겠죠.”
Zone3 ‘기후가 망가지다’에 들어선 소중 학생기자단은 탄소를 저장하는 들소 얘기를 흥미로워했죠. 2022년 영국의 삼림에 등장한 유럽들소는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토양에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죠. 런던자연사박물관의 과학자들은 이 들소처럼 나뭇가지나 나무껍질, 또는 풀을 뜯어 먹는 섭식 행위를 통해 숲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종이 있는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2019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호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로 인해 30억 마리의 동물들이 화염에 휩싸였고, 특히 코알라의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김 도슨트는 여러분이 환경에 관심을 가져서 코알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죠.
바람과 파도, 태양은 한순간 사용되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풍화시켜 돌의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웠는데, 하나같이 돌처럼 보이는 게 인상적인 장한나 작가의 ‘뉴 락’ 프로젝트도 전시되어 있었죠. 이밖에 기후 변화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직면한 남극과 독성물질, 석탄 제로의 미래, 해양 온난화 속에서 살아남기, 친환경 미래를 위한 새로운 채굴 방법 등 곳곳에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멸종위기 태양광 LED 램프 만들기, 태양광 휴대폰 충전기 만들기, 천연 샴푸바·설거지바 만들기, 그린티셔츠 만들기 등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준비됐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멸종위기 태양광 LED 램프 만들기에 도전해봤죠. 수달·붉은바다거북 등 멸종위기종 생물들이 그려진 램프 도안을 접어 주사위 모양으로 조립한 다음 램프를 넣으면 완성. 태양광을 활용하는 램프인 만큼 햇빛을 받으면 불빛이 강해지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전시를 둘러보고 자연과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앞으로 환경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김 도슨트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소중 학생기자단이 곧 각자 결심을 얘기했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텀블러 사용을 적극 실천하겠습니다.”(시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을 거예요.“(수민), ”짧은 거리는 걸어가고, 평소 불 끄는 것을 잊을 때가 있는데 앞으로는 더욱 주의할 거예요.“(은서) 마이크 앞에 서서 결심을 외치니 환경 지식을 습득하고 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그린리더가 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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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구 환경을 되살릴 것인가
기후 변화는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증거인데요. 아는 것보다 중요한 건 행동이고 실천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망가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지 환경재단의 강수정 국장을 만나 같이 고민해보고 궁금한 점을 해결해봤죠. 환경재단은 문화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환경보호의 소중함을 알리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다양한 기업과 함께하는 CSR 사회공헌사업, 시민단체 활동가를 지원하는 장학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어린이환경센터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다양한 어린이·청소년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환: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멸망이 수년 내 찾아올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기는데요. 현재 상황이 정말 그렇게 심각한 건지 아니면 단순 경고에 불과한 건지 궁금합니다.
기후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그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죠. 지구의 멸망이 수년 내에 예상되는 것은 다소 급진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입니다.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을 보면 알 수 있듯,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있음을 강조해요. 하지만 인간의 개발 활동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 사회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은서: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5도 올랐다고 해요. 1도만 높아져도 위험한데 5도씩 높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세계적인 환경 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의 『최종경고: 6도의 멸종』이라는 책에서는 1도가 높아지면 산호 90% 멸종, 2도 높아지면 북극곰 멸종, 3도면 생물 절반 가까이가 멸종하고 아마존 숲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하죠. 4도에 이르면 남극 빙하 붕괴, 5도가 오르면 해수면이 상승해 지구의 10분의 9가 사라지게 된다고 하니 우리 모두 곧 멸종위기종이 될지도 몰라요.
수민: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파월호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존을 위협할 정도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을 걱정해야 하나요.
2003년 PAI(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입니다.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고, 강수량은 여름에 집중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수자원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주요 OECD국 중에 물이 가장 부족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죠. 그렇지만 도시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이·여성들이 하루에 많은 시간을 물을 긷는 데 사용합니다. 물 긷는 거리가 30분에서 15분으로 줄면 여학생의 학교 출석률이 12% 증가한다는 탄자니아의 연구 결과도 있죠. 그러니 우리도 물을 아껴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시환: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피해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과학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계속되며, 다양한 소재가 나오고 있어요. 예를 들어, 종이·나일론·유리·금속·대나무·목재·바다 해조류 등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재료로 부각되고 있죠.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하는 추세도 있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도 점차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간 단계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과학기술이 개발되길 바랍니다.
수민: 기후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 무력감과 불안감을 겪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 같아요.
매년 재단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기간에 ‘세계청소년기후포럼’을 개최합니다. 발표자·참여자 모두 청소년인데요. 우리나라에도 그레타 툰베리 같은 청소년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때 연사였던 청년기후긴급행동 김동희님에 따르면 실제로 기후위기 세대는 원망·공포심·무력감이라는 감정을 깊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해요. 그때 발표한 원문 그대로 들려드릴게요.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고 오히려 암울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지금처럼 살다가 파국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깨달은 바를 실천하며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 역시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축적되어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은서: 어린이·청소년이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경문제는 결국 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우리 모두의 집입니다. 그런데 집이 불타고 있어도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어요. 우주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다른 지구는 없으니까요. 어린이·청소년들은 미래를 만드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시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에너지와 전기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세요. 다회용기·텀블러·스테인리스 빨대 등을 대신 쓰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플로깅도 해보세요. 운동하며 몸도 건강해지고 주변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죠.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 식단으로 먹는 것도 좋고요. 환경 동아리나 학교 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환경단체를 지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환경친화적이며 저탄소 제품을 고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환경 보호 메시지를 알리고 나누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함께 높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와 기업에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면 망가진 지구가 아름다운 지구로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죠.
수민: 환경재단에서 하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환경재단은 모든 어린이가 환경 지식을 습득하고 환경 정서를 함양해 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그린리더로 성장하도록 어린이환경센터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자연환경을 직접 탐사하고 경험하는 어린이 그린리더십과정, 과학적 모델링으로 기후위기 솔루션을 찾는 기후과학클래스, 환경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유스 그린리더 장학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죠. 이런 활동을 통해 주변 친구들에게 환경보호 운동을 알리는 등 곳곳에서 지구를 위해 앞장서는 일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보고 업사이클링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배우고 실천했는데 이번 전시를 보며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의 동물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같은 이유로 위험에 처한 많은 동물에 대해 알게 돼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환경을 위해 어떤 것을 실천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됐죠.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불필요한 소비 하지 않기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실천해서 기후 변화 속도를 줄이는데 동참하고 싶어요.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에 가서 많은 것을 보며 똑같은 메시지를 깊이 느꼈어요. 바로 우리가 이 지구를 살리지 못하면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것이죠.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봤는데 ‘짧은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가기’인 것 같아요. 학원 갈 때 되도록 실천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피아노 학원을 갈 때 날이 덥거나 추우면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데 킥보드나 걸어가기를 실천하는 거죠. 전시 덕분에 제가 평소 화장실을 쓰고 나서 불을 잘 안 끈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지구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느끼며 열심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유은서(서울 경복초 4)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앞으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들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를 보며 기후변화 심각성을 깨달았던 것처럼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우선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최근 음료수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음료수를 마신 임산부가 유산했다는 기사를 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겠다 생각했는데요. 마침 취재를 통해 알게 된 텀블러 사용을 적극 실천하기로 다짐했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도 많은 환경오염을 비롯해 기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첫걸음이란 것을 알 수 있었죠. 여러분도 우리에게 다가온 기후 위기를 넘기기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정시환(서울 도곡초 4)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환경재단, 동행취재=안수민(서울 동호초 5)·유은서(서울 경복초 4)·정시환(서울 도곡초 4) 학생기자, 자료=『우리 망가진 지구 공부책』(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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