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은 필수불가결할 것”
한·미 모두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것'
국내 채권금리 당분간 높은 수준 유지할 전망
국내 채권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확전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 등이 주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고채 3년 최종호가 수익률은 전장 대비 3.7bp(1bp=0.01%포인트) 내린 4.033%로 마감했다. 10년물은 3.5bp 하락한 4.327%로 마쳤다.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장기물 금리가 연고점을 경신했지만, 가격 약세가 과도했다는 판단에 따라 금리가 다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국고채 금리 추이를 보면 단기물은 다시 상승했고, 장기물은 4.3%대에 복귀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돌파하자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세계 장기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채권시장은 당분간 상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팔 전쟁 확전 우려다. 전쟁 발발 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뚜렷하다. 고유가가 이어지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을 보면 배럴당 75.21달러(7월3일)에서 93.44달러(10월20일)로 우상향 추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팔 전쟁까지 터지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 우려도 채권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두 개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서다. 미국은 해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가 넘는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이표채의 발행 확대 이후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확대는 금리 상승의 한 요인"이라며 "재무부가 금리 상승을 의식해 장기물 발행 규모를 유지하거나 소폭 늘리면 시장의 우려가 다소 잦아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 인플레이션 목표로의 지속가능한 복귀에는 추세 이하의 성장과 고용시장의 추가 둔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긴축 기조가 끝나간다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장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배경에는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가 자리한다. 미국의 9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했다. 예상치(0.3%)를 크게 웃돈 수치다.
고용시장도 뜨겁다. 지난 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3000건 감소한 19만8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15~21일 주간(19만4000건) 집계 이후 9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앞서 발표된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33만6000개 증가했다. 예상치(17만개)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한 수치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므로 추가 긴축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도 물가 고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에서 '인플레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또 '인플레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이·팔 전쟁이 한국은행 전망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라며 "금통위원 중 한 명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와 금리 상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금투협 채권시장 관계자도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했지만, 시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지금까지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인하 시기를 내년 중반(2분기)으로 예상했지만,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채권 금리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은 한국은행도 Fed처럼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상상인증권 투자전략팀은 "결국 물가, 경기, 금융 안정, 전쟁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기준금리 조정보다 동결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2024년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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