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수상한 영풍제지 하한가…무자본 M&A·내부자 시세조종 의혹
檢, 주가 폭락 하루 전 주가조작 세력 체포 "시세조종 가담한 혐의"
사실상 무자본 인수…영풍제지 돈으로 영풍제지 인수한 격
지난 18일 갑작스레 하한가를 기록하자 금융당국이 거래를 정지시킨 영풍제지와 역시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 모회사 대양금속의 주가 흐름은 지난 4월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8개 종목 하한가, 6월의 바른투자연구소발 5개 종목 하한가 때와 비슷하다. ▲공매도 대상이 아닌 종목 ▲실적이 비교적 잘 나오는 장기 저평가 주식 ▲높은 신용잔고율 등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다만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때는 차액결제거래(CFD)가 가능한 계좌 등을 이용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설치된 휴대전화로 통정매매를 하면서 주가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이와 달리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경우 CFD 잔고가 매우 적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CFD 잔고가 크지 않은 데다, 인수합병(M&A) 이슈가 있는 만큼 내부자 관여 시세조종 의혹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양금속이 2022년 영풍제지를 인수할 당시 인수자금 조달과 이후 영풍제지의 행보는 '무자본 기업 M&A'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내부자가 개입된 시세조종이 이번 사건이 핵심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발 빠른 대처 역시 작전세력과 대주주의 관계를 파헤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영풍제지의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의 거래도 함께 정지한 것을 보면 금융당국은 내부 세력 연관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또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사실상 '무자본 M&A'로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영풍제지 주가 상승으로 차익실현 가능성을 노린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실제 영풍제지가 그동안 신사업 진출 계획 등으로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 6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진출 계획 발표 이후 이차전지 관련주로 묶이며 급등했다.
업계는 당국의 빠른 대처가 이뤄지면서 18일 하한가가 발생, 주가조작이 실패로 끝났다고 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약 한두 달 전부터 이상거래 정황을 포착했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주 전쯤 사건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은 증선위가 긴급·중대한 사건을 심의 없이 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 결정으로 검찰에 이첩하는 제도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하한가 사태 발생 전날인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A씨 등을 체포하고 이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요 피의자가 붙잡히자 이들의 공범이나 관련자들이 18일 매물을 쏟아내면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하한가를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유가증권시장 개장 직후부터 영풍제지 매도 물량이 쏟아지더니 오전 9시12분께 하한가에 도달했다. 영풍제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대양금속 주가도 같은 날 오전 9시30분께부터 하한가에 진입했다. 이날 영풍제지 주가는 전날보다 1만4500원(29.96%) 하락한 3만3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양금속 주가도 960원(9.91%) 떨어진 2250원까지 하락했다.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해 10월21일 2731원에서 지난 9월 초 5만4200원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은 18일 장 마감 후 두 종목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흔히 주가조작은 큰 양봉을 몇 번 만들고 호재성 소식을 퍼뜨려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물량 털기를 시도하는데, 영풍제지의 주가 그래프상 그런 흔적은 없다"면서 "당국의 빠른 대처에 공범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하한가가 발생했고, 결국 이들의 주가조작은 실패로 끝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월과 6월 그리고 이화전기 사건까지 있어 금융당국이 어느 때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황에서 이들이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계획된 무자본 M&A·시세조종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수사당국의 행보에 있다"라고 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주가조작 자금을 모집하는 등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신 모 씨 등 4명을 체포하고,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이들 외에 주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대양금속의 실소유주인 A씨에게 영풍제지의 인수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명동 사채시장의 '큰 손' 최 모씨를 추가로 붙잡았다. 그리고 이날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등의 주가가 폭락한 것과 관련,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관련자 4명이 전원 구속됐다.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하한가 사태는 지난 4월과 6월 발생했던 주가 급락 사태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되지 않으면서 실적이 나쁘지 않은 종목이라는 점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하한가로 향했다는 대목은 유사하고, 주가 조정 때 가격 조정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도 비슷해 작전세력 개입을 의심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영풍제지는 적극적인 주가 부양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내부 세력이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풍제지는 하한가 기록 이전 코스피200 편입이 유력했는데, 편입을 앞두고 공매도를 피하기 위한 차익실현이라고 보기엔 코스피 시가총액 900위인 대양금속이 비슷한 시간 나란히 하한가로 떨어진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거래정지 종목에 대양금속이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대주주와 작전세력의 결탁을 의심하는 것을 방증한다.
영풍제지의 17일 CFD 잔고 금액은 80만원에 불과하고 같은 시기 대양금속의 CFD 잔고는 2억8637만원 수준이라는 점도 앞선 하한가 종목과 차이점을 보인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CFD와는 관계가 없다"며 "작전세력이 대주주와 교감을 했는지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를 사실상 '무자본 M&A'로 인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자본 M&A의 목적은 인수 후 기업 경영보다는 인수한 주식을 매도,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대양금속이 영풍제지 지분 50.76%를 큐캐피탈로부터 1289억원에 인수할 당시 대양금속의 자본금은 226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인수금액의 87%에 이르는 1131억원을 외부차입으로 마련했다. 영풍제지 지분 50.51%를 담보로 차입한 금액도 포함됐다. 이후 대양금속은 영풍제지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 인수 때 빌린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제지 인수자금 1300억원을 거의 CB로 조달해 논란이 됐다"면서 "인수 전 영풍제지의 시가총액은 2500억원으로, 지분의 50.51%를 거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이 인수한 데다, CB는 피인수 기업인 영풍제지가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양금속 측이 인수 자금 일부를 갚기 위해 발행한 170억원 규모의 CB를 영풍제지가 떠안았다는 의미인데, 이는 영풍제지 돈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한 격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양금속으로 최대주주가 바뀌기 전 영풍제지의 주가는 1만원을 넘지 못했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한 것이 보인다"면서 "특히 영풍제지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16개의 사업을 추가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자본 M&A 후 주가를 부양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신사업 추진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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