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대입 제도…시설청소년은 정보 격차에 ‘이중고’

유채리 2023. 10.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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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학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2024학년도 수능이 24일 남은 가운데, 복잡한 대입제도가 공동생활가정(그룹홈)·위탁가정 같은 아동복지시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며 “큰 틀의 대입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가 혼란 없이 안심하고 대입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가 부재한 시설보호청소년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시설보호청소년이 진학을 결심하고도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큰 장벽이 된다. 위탁시설장이나 직원, 육아원장, 위탁가정 양육자 등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대입 제도에 가지고 있는 기본 지식, 관심도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입시에선 정보가 특히 더 중요해졌다. 좋은 성적에 더해 면접이나 대학 입시요강, 경쟁률 등 세밀한 정보가 필요하다. 같은 성적이라도 어떤 정보를 아는지에 따라 대학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서 ‘수시 눈치싸움 성공했다’ ‘아이와 원서로 의견 차이가 있다. 아이는 혹시 모르니까 상향을 써보자고 하고 저는 말리고 있다’ ‘입시는 정보 싸움이라는 말에 공감이다. 나도 4등급인데 평균 2등급대인 과에 들어왔다’는 등의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장인우(26)씨는 “대입 당시 양육자나 사회적 체계, 정보 수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양육자였던 그룹홈 시설장님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알아봐주셔서 어려움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시설에 있거나 있었던 아동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교사가 시설보호청소년에 대입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맞춤형 정보까지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전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재단 캠페이너 신선(30)씨는 과거 대입 과정에서 학교 선생님이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줘 많이 의지했다. 그는 “대학 진학에 대부분을 선생님께 많이 도움 받았다”라며 “그렇지만 시설보호아동이라 지원할 수 있는 정보들까지 알려주진 못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설보호청소년에게 진학 상담을 해줄 전문 인력이나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모가 설명회를 찾아다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자녀에게 활동을 추천하는 상황에서, 각 시설에서 세부적인 교육 정보나 활동을 파악하기에 시간적‧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진학‧진로도 심리 상담처럼 전문 분야이기에 도와줄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그룹홈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곧 수험생이 되는 아이가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직접 알아봐야 하지만, 내용이 복잡하고 시간 여유도 충분하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러 가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곽경근 대기자

대학 입시에서 학생들이 가진 정보의 양은 진학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심지혜 교육학 석사가 2011년 쓴 논문 ‘한국사회에서 사회계층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제공받는 정보의 차이’에 따르면, 사회계층 가운데 하층은 대학과 직업 등과 관련된 정보의 양이 중‧상층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보호청소년의 대학 진학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설 보호가 종료된 청소년의 대학진학률은 2020년 기준 62.8%. 같은 해 일반청년 대학진학률이 70.4%이었던 것과 비교해 8%p 정도 차이 난다.

전문가는 대학 입시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 과정이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진로 준비 과정이나 시험에서 정보를 획득하는 데 격차가 분명히 있다”라며 “공교육이 잘 정착돼 있고, 정보 격차가 덜한 독일 역시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크게 작용한다.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부모의 문화 향유 수준이나 인맥과 같은 사회 자본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정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차적으로 정보를 주는 건 학교의 역할이지만, 교사에 따라 입시 정보를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수준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라는 외부기관에서 입시 상담을 제공하기는 하나, 신청 학생이 많아 상담하기가 어렵다”라며 “시설보호청소년 같은 학생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상담해 줄 수 있는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교에 소속된 대입 진로 담당 교사가 각 시설을 돌며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조 교수는 “대입 제도는 자주 변하고, 한국은 대입에 부모 영향이 크다. 학부모가 해줄 역할을 순회 진로 교사가 도와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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