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렸어?"…'핼러윈 꿀템' 홍보했다 댓글 테러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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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대신 ‘코스튬 데이’…사라진 거미줄
핼러윈이 사라지고 있다. 핼러윈이 다시 다가오면서 지난해 이태원 참사의 충격과 상처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 1주기인 올해는 더욱 자중하자는 분위기다. 매년 핼러윈 행사를 해오던 영어유치원 등은 대부분 “핼러윈 대신 코스튬 데이로 대체한다”라거나 “아예 행사를 안 한다”는 반응이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핼러윈 관련 소품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핼러윈 케이크를 팔던 한 수제 케이크 가게도 “올해는 핼러윈 케이크는 만들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열흘 전인 지난 19일,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이태원, 홍대 거리 역시 핼러윈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이태원의 한 호프집 종업원은 “원래는 (핼러윈 데이) 보름 전부터 장식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안 할 것 같다. 다른 곳도 다 안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태원 상인회 소속 이모씨는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핼러윈 데이를 즐길 수는 있지만, 상인들은 이태원 1주기인 만큼 서로 자제하자고 얘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년 9월 초순부터 가장 먼저 핼러윈 분위기를 내던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도 올해는 핼러윈 대신 다른 분위기의 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추수감사절을, 서울랜드는 독일의 대표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춘천 레고랜드는 가을 작물을, 롯데월드는 판타지를 가을의 콘셉트로 잡았다. 이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등 유통가에서도 핼러윈 관련 의상과 소품이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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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 차렸나” 핼러윈 즐기면 비난?
온라인에선 일부 핼러윈 마케팅에 나선 업체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 소셜미디어(SNS)에 ‘핼러윈 꿀템 라인업’이라는 제목으로 한 유통업체의 광고 글이 올라오자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건가”, “사고 난 거 다들 잊었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 좋으니까 이번에는 집에서 하자”는 반응도 있었다.
이렇게 눈치가 보이는 탓에 집이나 파티룸 등 사적인 공간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이들도 있다.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는 오는 27일부터 핼러윈 코스튬과 포토존을 마련하는 이벤트를 연다고 밝혔다.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작년에 큰일도 있었고 이번에는 핼러윈을 없애려 했는데, 예약하신 분들의 요청이 많아서 준비하게 됐다”라며 “(게스트하우스) 안에서만 안전하고 조용하게 핼러윈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핼러윈의 국내 존폐를 놓고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윤모(27)씨는 “작년 이태원 참사를 생각하면 굳이 핼러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솔직히 한국에서 챙긴지도 얼마 안 됐고 서양의 문화를 이유 없이 가져온 건데 이참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모(25)씨는 “(이태원 참사는) 하필 핼러윈 데이에 일어난 인재이지, 핼러윈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지 않나”라며 “당분간은 자중하겠지만 앞으로 영영 핼러윈 자체를 즐기지 말라는 건 과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역시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핼러윈은 참사의 원인도, 본질도 아니다. 축제에 나선 사람들은 죄가 없다”며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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