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는 유럽, KT는 동남아…통신사들의 '제3 시장' AI 경쟁 [팩플]
인공지능(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통신사들이 유럽·동남아 등 AI 기술 개발이 늦은 ‘제3의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국가 간, 기업 간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무슨일이야
SK텔레콤은 독일 기반의 글로벌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통신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7월 도이치텔레콤을 비롯해 이앤(e&), 싱텔 등 글로벌 최대 통신사들이 모인 연합체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발족한 이후 첫 행보다. SKT와 도이치텔레콤은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미국 메타·엔트로픽 등 글로벌 AI 회사와 협력할 예정이다.
KT도 이날 태국 정보통신(ICT) 회사 자스민 그룹과 함께 태국어 기반의 LLM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 공개 예정인 KT가 개발한 LLM ‘믿:음’과 자스민 그룹의 데이터를 활용해 태국어에 특화된 LLM을 만들 계획.
왜 중요해
자체 LLM을 확보한 SK텔레콤과 KT의 AI 사업이 전략이 드러나고 있다. 오픈AI나 구글·네이버가 범용 LLM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 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면, 통신사들은 전문 분야에 특화(버티컬)된 LLM을 개발하거나, 자체 LLM 개발 기업이 없는 유럽·동남아 지역 기업들 대상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한다. 범용 LLM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겨루기보단 실속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각국 정부의 규제를 지키면서 현지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해달라는 소버린(sovereign, 독립적인) AI 시장을 노린다. 소버린 AI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국외로 이전하지 않고,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LLM에 반영해 AI 서비스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버티컬 LLM이나 소버린 AI 시장도 경쟁이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네이버도 동남아나 중남미 등 자체 LLM이 없는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버티컬 AI 전략을 택하고 자체 개발한 LLM ‘엑사원’을 통신·제조 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한국 ICT 기업들은 해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 ’미국 빅테크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하는데, 향후 AI 사업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T는 왜 통신 특화 LLM을?
SKT는 글로벌 통신사들과 연합해 통신 특화 LLM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를 학습·훈련·실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범용 LLM 대신, 통신 관련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한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 이 버티컬 모델을 각국 통신사와 글로벌 기업(오픈AI, 앤트로픽)과 협업해 만들겠다는 게 SKT의 계획이다. 유영상 SKT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SKT 혼자서 오픈AI 등에 협업하자고 했으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먼저 한국어·영어·독일어 등 각 통신사 데이터로 다국어 LLM을 개발해 얼라이언스에 참가한 통신사들의 고객센터 등에 적용한다. 이후 이 모델을 유럽·아시아·중동 등 전세계 통신사들이 각국 환경에 맞춰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전 세계 통신사들이 많으니 통신 LLM에 대한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SKT는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 담당자인 에릭 데이비스 SKT 부사장은 지난 12일 SKT 사내 방송에서 “글로벌 LLM이 확장되면 여러 방면으로 쓰일 수 있다”며 “통신 서비스 운영 효율성 개선을 고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KT는 왜 동남아로?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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