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 예방교육' 예산 45억 늘었는데, 관리인력 달랑 1명
내년 정부의 마약 예방교육 사업 예산은 45억원 늘었지만, 사업 운영에 필요한 추가 인력 인건비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방교육의 횟수를 대폭 늘리겠다며 예산은 늘렸지만, 정작 이를 관리할 전담 인력은 올해와 똑같이 1명만 배치돼 실효성 있는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대국민 마약류 폐해 예방교육 사업’에 총 47억5200만원을 편성했다.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등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올해 2억6100만원이었던 예산을 44억9100만원이나 증액한 것이다.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초·중·고등학생 195만명, 학교 밖 청소년과 같은 고위험 취약계층 4만2000명, 군인·경찰 등 성인 6만4000명을 비롯해 총 205만명에게 연령에 맞는 맞춤형 예방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예방 교육을 이수한 학생의 경우 올해는 전체 학령인구(583만명)의 5%에 불과했으나, 내년에는 33.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렇게 사업 규모는 대폭 확대되면서도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교육의 실제 진행과정을 조율·관리할 인력에 대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부는 늘어난 사업을 수행하려면 인력 21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9억45000만원을 인건비로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에는 현재 있는 1명에 대한 인건비(3500만원)만 반영됐다.
이대로라면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연간 3만2000여건의 교육을 1명의 직원이 관리해야 할 판이다. 본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타 기관의 유사한 예방교육사업과 비교했을 때도 적은 인력이다. 식약처가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와 진행하는 올바론 의약품 관리 및 사용에 관한 교육사업에서는 연간 1600회의 교육을 18명이 관리한다. 복지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시행하는 중독 예방 교육에는 전국 50개 센터별로 교육 담당자가 별도로 지정돼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측은 “대규모 교육 사업을 수행·총괄할 인력이 부족해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사한 교육사업과 비교 시 성공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적절한 담당자 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미편성된 인건비는 직접 강의를 하는 인력이 아닌 교육 일정을 조율하고 강의를 평가하는 등 관리 업무를 하는 인력에 대한 것으로, 예산 심의과정에서 필요성이 낮다고 평가된 듯하다”며 “교육 횟수가 늘어나면 관리 업무도 늘어나는 게 당연한 만큼 추후에 관련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정규직 평균 보수는 식약처 산하 타 기관 대비 40% 낮은 수준이고, 예방상담 인력 절반 이상(35명 중 18명)은 국고지원이 부족해 후원금으로 인건비를 주고 있다. 한 의원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류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은 인건비를 제대로 편성 받지 못해 전문성 확보와 안정적인 사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산을 대폭 늘린 예방교육이 생색내기가 아닌 실효성 있는 사업이 되려면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건비는 편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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