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서울 전학 못가겠네…1주택자 눌러앉힌 '거래량 반토막'

김원 2023. 10.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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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1주택자 양모씨는 올해 초부터 서울 학군지로 이른바 ‘갈아타기’를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살던 집을 시세에 맞춰 내놓았지만 아직 매도하지 못했고, 그새 양씨가 이사하려던 지역의 아파트값은 2억원 이상 올랐다. 양씨는 “계획보다 대출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아 서울로 이사는 당분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시 가격 고점에 근접하면서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단기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 더해 다시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시중금리가 오르며 매수 심리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경민 기자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52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월 1일~21일 신고된 1006건, 8월 1일~22일 신고된 861건과 비교해 사실상 반 토막 난 수치다. 10월 서울 아파트 최종 거래량은 약 40일 이후 확정되지만, 8월(3845건)이나 9월(3269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량이 줄면서 시중에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7만6321건으로 3개월 전(6만8085건)보다 12.0%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이 고점에 다시 가까워지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59.7로, 전고점인 2021년 10월 188.9의 84.6%를 회복됐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4월 실거래가가 최고 26억5000만원을 기록했다가 올해 초 18억~19억원까지 떨어진 뒤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8월 25억원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재건축 속도를 내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역시 지난 8월 27억2000만원에 팔려 전고점인 2021년 11월 28억2000만원의 96.4%까지 가격이 회복했다.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에서는 지난달까지 역대 최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박경민 기자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추석 이후 매수 문의가 조금 늘긴 했지만, 호가를 높게 부른 매도자들이 가격 조정을 꺼리는 탓에 좀처럼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의 한 중개사도 “매도·매수인 간 가격에 대한 간극이 커 이를 조정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가격이 고점에 다다른 곳이 늘면서 최근 들어 상승 거래 비중도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5~6월 대비 7~8월 매매의 70%가 가격이 오른 상승 거래였는데, 9~10월 계약은 7~8월 가격 대비 상승 거래 비중이 67%로 감소했다.

시중금리 상승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종료,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축소 등도 매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중금리는 오름세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9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8월보다 0.16%P 오른 3.8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연 7%대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고가지역은 상대적으로 빠른 가격회복세를 나타낸 가운데 10월 들어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요층 심리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라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당분간 양 사이드에 갇힌 박스권 흐름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거시경제 불안과 여전히 3고(高)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지속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예상된다”면서 “이로 인해 주택시장에 수요 증가, 가격 반등이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지금처럼 실수요자 위주의 보합 시장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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