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차기주자, 안되면 나락"…한동훈 종로 출마설 총정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봉착한 여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종로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판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을 종로에 출마시키면 어떨까’하는 의견이 나왔다”며 “물론 한 장관의 뜻에 달린 문제긴 하지만, 수도권 후보 배치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차기 지도자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 정부내의 위치나 상징성, 종로라는 지역구가 한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할 때 정치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①출마설 배경은
사실 한 장관의 출마설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줄곧 거론돼 온 사안이긴 하다. 여기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권 내부에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측면도 있다.
최근 야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 이슈도 이런 논의를 가열시키고 있다. 만약 연말쯤 탄핵 가결정족수(재적의원 298명의 과반인 150석 이상)를 단독으로 맞출 수 있는 ‘168석’ 민주당이 실제 이를 이행하면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6개월간 발이 묶여 사실상 출마가 어렵다.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기한(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1월 11일까지 석 달도 남지 않은 점도 출마설을 키우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 입장에서 보면 내각에 남을지, 선거에서 유권자 판단을 받을 지에 대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②왜 종로인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 장관의 출마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강남3구나 마포 등이 출마지로 주로 거론됐다. 최근 들어 종로에 관심이 집중하는 것은 여당과 한 장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점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한 장관을 ‘스윙보터’ 지역이자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에 내보내 수도권 선거를 이끌게 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종로 출마는 한 장관으로서도 자신의 체급을 한 단계 위로 올릴 기회일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종로는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세균·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거친 곳”이라며 “도전 자체가 정치적 무게감을 올릴 수 있어 마포나 강남3구에 비할 곳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만약 종로에 공천받아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낙선하면 정치적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종로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뒤 뚜렷한 정치적 활로를 찾지 못하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0대 총선에서 종로에 도전했다가 낙선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여권 관계자는 “종로에서 당선되면 차기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지만, 첫 선거에 도전하는 한 장관 입장에서는 낙선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곳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③당선 전망은
1988년 13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치러진 총 12번의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보궐선거 포함)에서 국민의힘 계열은 8번, 민주당 계열은 4번 승리했다. 하지만 최근 20년 이내에 치러진 선거 6번에 한정하면 승리한 횟수가 국민의힘 3번(17·18대 및 21대 보선), 민주당 3번(19·20·21대)일 정도의 접전지역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종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재 전 의원의 출마설도 거론된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한 장관이 만약 출마한다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구도와 판세가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정권 실세인 한 장관에 대해 종로 유권자도 나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이름 석 자를 갖고 종로로 내려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 선거 수준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권 지도부 인사는 “아직 한 장관은 출마에 대해서 뚜렷한 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막판까지 선거 전망을 살펴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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