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소변 맥주 칭다오

이동훈 2023. 10. 2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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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중국술 고량주를 흔히 '빼갈'이라고 부르지만, 바이주(白酒)의 한 종류다.

바이주가 여러 곡물로 만든 투명한 중국식 증류주의 총칭이라면 고량주는 우리말로 수수, 즉 고량(高粱)으로 빚는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상징하듯 불타오르는 수수밭이 주 배경으로 일본군에 맞서 수수로 빚은 수십 도의 고량주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압권이다.

중국 4대 맥주인 칭다오 공장에서 한 직원이 맥주 원료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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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한국인들은 중국술 고량주를 흔히 ‘빼갈’이라고 부르지만, 바이주(白酒)의 한 종류다. 바이주가 여러 곡물로 만든 투명한 중국식 증류주의 총칭이라면 고량주는 우리말로 수수, 즉 고량(高粱)으로 빚는다. 구이저우성에서 나오는 마오타이나 산시성의 펀주가 유명하다. 특히 마오타이는 마오쩌둥이 대장정 당시 장제스 군대에 쫓기다 숨어든 구이저우성에서 그 맛을 보고 반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중국 통일 뒤 이 술을 국가적인 명주로 육성했다. 상장된 마오타이 유한공사는 시가총액이 코카콜라를 추월하면서 세계 최대 음료 회사가 됐다.

고량주를 세계적으로 알린 일등공신은 장이머우 감독의 1988년 베를린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붉은 수수밭’이 아닐까 싶다. 나병을 앓는 50대 양조장 주인에 팔리다시피 시집간 18세 추얼(공리 분)의 삶은 일제에 억압당하는 민중의 기구한 삶을 묘사한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상징하듯 불타오르는 수수밭이 주 배경으로 일본군에 맞서 수수로 빚은 수십 도의 고량주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압권이다. 수수밭에서 추얼과 몰래 관계를 맺은 양조장 일꾼 유이찬아오가 추얼 남편 의문사 후 새로 빚은 술에 소변을 보는 추태를 부린다. 그런데 이 소변 고량주가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십팔리 홍고량’이라는 브랜드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중국에서 누룩을 쓰기 전 침이나 소변을 촉매제로 쓴다는 ‘비밀 양조법’이 영화에 반영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공교롭게도 최근 영화와 배경이 같은 산둥성의 맥주 공장에서 방뇨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4대 맥주인 칭다오 공장에서 한 직원이 맥주 원료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그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해온 국내 소비자들은 방사능 맥주에 이어 외국산 혐오 맥주에 소변 맥주가 추가됐다며 불매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공장에서 제조·생산된 맥주는 국내에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수습이 능사가 아니라 근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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