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인사 참사, 검증이 문제일까

강준구 2023. 10. 2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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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인사 검증 후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올린다.

일각에선 인사 참사의 이유로 부실한 인사 검증을 꼽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다소 부담이나 부담 수준의 인사 검증 보고서가 올라갔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통령실에서 강행 기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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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사회2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대패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인사 참사를 윤석열정부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싶다.

강서구청장 후보로 김태우 전 구청장을 내세운 건 참으로 어이없는 공천이었다. 유죄 확정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특별사면한 뒤 다시 후보로 내세웠다. 특감반 시절 철옹성 같았던 문재인정부 청와대에 균열을 냈던 공로에 대한 보상 인사였을 것이다.

내각 인사는 더하다. 한 고위 공직자는 최근 “인사에 감동이 없다”고 평가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주요 내각 인사는 MB의 사람들이다. 올드보이가 대거 귀환하면서 윤석열정부에 기대했던 신선함은 뚝 떨어지고 말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같은 정책을 펴더라도 참신한 인재가 전면에 나서는 것과 올드보이가 나서는 것은 국민이 받아들이는 체감의 정도가 다르다”며 “윤 대통령이 아는 사람만 중용해 쉽게 쉽게 가려고 한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 공백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주식 파킹 의혹 등으로 결국 자진 사퇴했다. 윤 대통령의 ‘친구의 친구’라는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서울대 법대 79학번 막역한 동기인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인사 철학은 좋게 말하면 뚝심이고, 나쁘게 보면 오만하다.

현재 정부의 인사 검증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법무부에서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인사 검증 후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올린다.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정상-양호-다소 부담-부담-불가’의 5단계로 평가해 보고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인사 참사의 이유로 부실한 인사 검증을 꼽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다소 부담’ 정도만 돼도 보고서는 부정적인 문장으로 가득 차는 경우가 많다. 정권에 부담이 되니 임명해선 안 된다는 표현들이 에둘러서 빽빽하게 들어간다.

윤석열정부의 어느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부담이나 부담 수준의 인사 검증 보고서가 올라갔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통령실에서 강행 기조로 바뀌었다. 곧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장관 후보자가 윤 대통령 일가랑 친하다거나, 부친끼리 아는 사이라거나 하는 출처불명의 지라시가 관가에 돌았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결국 낙마했는데, 이게 검증팀의 잘못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검증 자료를 무시한 인사권자의 결정이 문제일 것이다.

인사 5대 원칙을 내세웠으나 지키지 못했던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5대 원칙을 충족시키는 사람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던 시대”라며 “한 세대가 지나가야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 인사가 실패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 자리 챙겨주기나 논공행상, 사적 친분으로 인사를 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적어도 인사에 있어서만큼은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진보·보수 양측에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킬 충분한 인재 풀이 없다면 이젠 미국식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했으면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한 세대가 지나가기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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