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청소년 자살마저 세계 1위 절대 안 된다
평균 수준이지만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위험한 징조
청소년의 경우 또래 자살에 더
크게 영향 받아… 온라인에는
자해·자살 관련 콘텐츠 넘쳐나
일반적 자살 예방만으론 부족
청소년 행복 저해하는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와 삶 전반 변화시켜야
청소년 자살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이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인 동시에 자살률 세계 1위 국가지만, 청소년 자살률은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다행히 높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당 7.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었다. 그러면 청소년 자살률은 이대로 괜찮은가? 청소년 자살도 위험하다. 청소년 자살률은 작년에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1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고, 교통사고보다 자살로 사망한 10대가 3배나 더 많다. 2022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자살 생각률이 성인 5.4%, 청소년 14.0%로 나타나 청소년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살자 수가 적지만 자살을 고민하는 비율은 2.6배 더 높다.
어느 죽음이 안타깝지 않을까. 그러나 청소년 자살은 꽃 피워 보지 못한 나이여서 더 안타깝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활발한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나 SNS 등에서 접할 수 있는 또래의 자살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청소년들이 많이 활용하는 트위터나 틱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는 자해나 자살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최근 청소년이 외국 사례를 모방해 자살을 SNS에 생중계한 사건과 동급생을 흉기로 찌른 뒤 자살한 사건은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 또한 청소년은 유명인 자살 소식에 동조·모방 자살을 야기하는 베르테르 효과에도 취약하다.
자살은 결코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다. 모든 자살에는 평균 6명 이상의 자살 생존자가 남는다. 자살 생존자를 유가족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 자살은 주변 친구들에게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때론 가족보다도 깊이 아끼고 의지했던 친구를 한순간에 잃은 청소년들에게 그 충격과 파급력은 더욱 크다. 자살자와의 행복한 기억은 사라지고, 남겨진 아이들은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더욱이 자살로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은 자살에 대해 생각하거나 계획하고 시도할 위험이 높아져 고통과 괴로움의 파급 효과는 더 악화된다.
청소년들이 서로를 돌보며 자살 예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교나 또래집단, 온라인을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서 효과적인 자살예방교육을 제공하고, 주변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전조를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역할극이나 실습을 병행해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의리가 아니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성인을 빨리 찾게 해야 한다. 또한 가장 끔찍하고 힘든 날이 올 때 세상엔 나 혼자가 아니며 도움 요청은 나약함이 아닌 강인함의 표시라는 것을 믿고 쉽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디지털환경에서 급격히 늘어난 ‘우울계’ ‘자살계’와 같은 유해 콘텐츠나 자살 유발 정보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활용해 자해나 자살 정보를 공유하기보다 자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유익한 콘텐츠를 개발해 배포해야 한다.
자살은 치료가 없다. 예방만 있을 뿐이다. 자살은 대부분 예방 가능한 사건이며,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공동체 문제로 다루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청소년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다고 방심할 일이 아니다. 청소년기 문제와 위기는 10대 이후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일반적인 자살 예방만으론 부족하다. 청소년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과 학대, 장시간 학습과 부족한 수면 등 청소년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삶 전반을 함께 변화시켜야 한다.
자살은 삶이 악화될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더 나아질 가능성마저 없애버리는 것이다.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오늘 상황이 아무리 나빠 보이더라도 삶은 계속되고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입시경쟁과 또래와의 관계, 여러 역경으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단지 자살을 10대 이후로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삶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자살률 세계 1위 국가의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청소년 자살률마저 세계 1위를 해서는 절대 안 되지 않을까?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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