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發 미수금 1兆 사태 키움증권 계좌서만 494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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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주식 투자자에 빌려준 뒤 받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1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투협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미수금이 1조원을 넘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영풍제지 1종목에서 5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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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 영풍제지서 5000억 발생
키움證, 별다른 조처 안 해 피해 키워
증권사가 주식 투자자에 빌려준 뒤 받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대외경기 불확실성에 국내 증시가 급락한 데다 주가조작(시세조종) 종목으로 지목된 영풍제지가 급락하며 거래 정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1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투협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미수금이 1조원을 넘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값을 제때 갚지 못한 금액이다.
미수금과 함께 반대매매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대금 회수를 위해 증권사들이 강제 주식 처분에 나서면서다. 이달 들어 450억~550억원 수준이던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18일 2768억원을 기록했다. 19일에는 5257억원 수준까지 급증,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69%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 사건 영향이 컸다. 지난 19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영풍제지 1종목에서 5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20일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풍제지는 올해만 700% 넘게 폭등하며 일명 ‘작전주’로 의심을 샀던 종목이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주가 급등에 특정·소수계좌가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며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에 대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한 상태다. 즉 미수거래 없이 현금으로만 살 수 있게 변경한 것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돌연 하한가를 기록한 18일에야 증거금률을 기존 40%에서 100%로 높였다.
영풍제지 사태로 다른 종목들의 주가가 도미노처럼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영풍제지 미수금을 갚기 위해 다른 종목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영풍제지가 거래재개 되더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6월 온라인 주식카페에서 시작해 ‘제2의 주가조작 사태’로 지목되며 거래 정지됐던 대한방직 등 5개 종목은 거래재개 첫날 대부분 하한가로 직행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고금리 장기화 및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의 여파로 연일 하락세다. 9월 초 2550선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40.80포인트(1.69%) 빠지며 2375.00에 장을 마쳤다. 한 달여 만에 7%대 뒷걸음질 친 수치다. 주가 하락 이후 반등을 기대하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며 반대매매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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