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네타냐후의 비극

2023. 10.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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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보름을 넘겨 지속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가자지구에 위치한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아이들을 포함한 500여명이 사망했다. 공습이 아니라 오발이라고 할지라도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어느 쪽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비극의 시작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임에는 틀림없다. 이스라엘의 야만적 대응도 국제법을 위반하기는 마찬가지다. 점차 전면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힘으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하마스가 먼저 싸움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하마스는 왜 이스라엘을 공격했을까.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공격의 작전명이 ‘알아크사 홍수’다.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적 이야기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한 알아크사 사원은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으로 보고, 메카·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꼽힌다. 유대교인들은 같은 지역을 ‘성전(聖殿)산’이라고 부른다. 알아크사 사원 경내 기도는 이슬람 신자에게만 허락돼 있다. 유대인들은 성전산 바깥 ‘통곡의 벽’에서 기도한다. 최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과 단체들이 경내에 기습 진입해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200여명이 사망한 ‘11일 전쟁’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가자지구는 2007년 이후 사실상 봉쇄돼 세계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자포자기식 순교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힘을 앞세워 극단적 강경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변화를 유도해 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추진에 혹여 외톨이가 될 걱정에 이를 막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이야기일 수 있고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정답은 하마스만이 알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약자인 하마스가 먼저 공격했는지가 아니라 왜 이 시점을 선택했을까로 질문을 돌려보자.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공식의 첫 번째는 강자의 약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마스가 공격을 결정한 시점, 네타냐후 정권의 무수한 약점이 드러났다. 부패와 정책 실패에 따른 퇴진 요구로 2021년 총리에서 물러간 네타냐후가 2022년 총리로 복귀하면서 이스라엘 사회는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기반 강화를 위해 극우 성향의 종교 시온주의당과 연정해 극우 인사를 장관으로 선임하면서 꾸린 내각은 우경화될 수밖에 없었다.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사법개혁 문제를 놓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수많은 시민이 반정부 시위를 하고, 예비역들까지 군 복무를 거부하는 등 내부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힘의 절대적 우위를 맹신하고 싸우면 이길 것이라는 자만심과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하마스는 네타냐후 정권의 이런 약점을 호기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모르고 당한 것은 단순히 정보 실패가 아니다. 아이언돔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뚫린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 이번 전쟁은 건강하지 못한 지도자와 정권의 비극이자 극우의 비극이고, 힘을 맹신한 비극이다. 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선 힘도 중요하다. 그러나 힘에 의한 해결은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행복하기 위해선 국가가 건강해야 한다. 군사적으로 몸집만을 불리는 건강보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도 당당하고 사회경제적으로 건강한 모습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네타냐후의 약점과 비극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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